신정선 기자 violet@chosun.com
입력 : 2009.08.20 03:07
전쟁 사진사에 한 획을 그은 사진이 또다시 조작 논란에 휩싸였다.
문제의 사진은 헝가리 출신의 전설적 종군사진가인 로버트 카파(Ca pa·1913~1954년)의 작품 '쓰러지는 병사'. 스페인 내전 발발 두달째인 1936년 9월 5일 격전지인 코르도바 전선에서 한 병사가 날아오는 총탄에 맞아 쓰러지는 극적인 장면이다. 촬영 당시 23세였던 카파는 이 사진으로 단번에 유명세를 탔다. 그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의 노르망디상륙작전 시리즈로 보도사진계의 신화로 떠올랐다. 1954년 베트남에서 인도차이나 전쟁을 취재하던 중 지뢰를 밟아 사망했으며, 죽는 순간까지 사진기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은 투철한 사진가의 정신을 가리키는 '카파주의(Capaism)'라는 말까지 나왔다.
새로 조작설을 제기한 사람은 스페인 파이스 바스코 대학의 호세 마누엘 수스페레기(Susperregui) 교수. 그는 최근 펴낸 '사진의 그림자'라는 책에서 ▲사진 촬영지가 총탄이 오가는 격전지가 아니고 ▲사진 속 병사가 당시 사망했던 병사가 아니라는 점을 들어 연출된 사진이라고 주장했다고 뉴욕타임스가 18일 보도했다.
▲ 로버트 카파의 작품 '쓰러지는 병사'
수스페레기 교수의 주장에 따르면, 촬영지는 총탄이 오가던 코르도바 인근 세로무리아노가 아니라 55㎞ 이상 떨어진 에스페호라는 마을이다. 수스페레기 교수는 "사진을 첨부한 이메일을 코르도바 인근의 역사학자와 사서들에게 보냈으며, 한 학자로부터 현장이 에스페호라는 답장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을 확인하기 위해 취재에 나선 바르셀로나 일간지 '엘 페리오디코'도 에스페호 지평선과 사진 속 지평선이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
카파의 조작 의혹을 취재한 엘 페리오디코의 에르네스트 알로스(Alos) 기자는 "조작설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카파의 명성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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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9/08/19/200908190248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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