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2월 2일 화요일

명주(銘酒) 한잔으로 따뜻해지는 겨울여행 4선

2008년 11월 26일 오전 09:30
정은미기자
indiun@joynews24.com

계절은 이제 겨울이다. 겨울여행은 몸과 마음이 따뜻해지는 곳이 좋다. 이맘 때 어딘가 정감 넘치는 시골마을을 찾았다가 그 고장 전통주 한잔에 훈기가 온몸에 도는 것을 느낀다면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한국관광공사는 2008년 마지막 달인 오는 12월 가볼만한 곳으로 '전통주를 찾아서'란 테마를 중심으로 '경기 포천', '충남 서천', '전북 완주', '제주 서귀포' 4곳을 선정했다.

정성으로 빚어 세월을 담은 깊은 맛-완주 '송화백일주'

좋은 술의 기본은 좋은 물이다. 송화백일주는 전북 완주군 수왕사(水王寺) 약수로 빚는다.

송화백일주는 수도승들이 고산병 예방을 목적으로 즐겨 마셨다는 곡차(穀茶)에서 유례를 찾을 수 있다. 송화백일주는 송홧가루, 솔잎, 산수유, 구기자, 오미자, 찹쌀, 백미, 보리 등 다양한 재료로 빚은 밑술을 증류해 얻는 증류식 소주이다.

송홧가루의 황금빛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송화백일주는 38도라는 도수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목넘김이 부드럽고 소주지만 청주 같은 묵직함도 느껴진다. 은은한 솔향과 달짝지근한 뒷맛도 무척이나 매혹적이다.

뭔가 대단한 비밀이 숨겨져 있을 것만 같다. 하지만 그 깊은 맛의 비법은 따로 있지 않다. 벽암스님의 말처럼 좋은 물과 좋은 재료를 이용해 정성껏 빚는 게 최선의 비법이다.

사실 인력으로 할 수 있는 일은 거기까지이기도 하다. 그 다음은 기다림이다. 세월을 거스르지 않는 기다림. 술 한 병을 빚는 데 꼬박 100일이 걸리고, 제 맛을 완성하기 위해 3년을 더 참아내야 하는 기다림 말이다. 완주군청 문화관광과 (063)240-4257

포천(抱川)에서 술과 함께 거닐다-'배상면주가'와 '이동막걸리'

경기도 포천으로 가는 길은 어디를 둘러봐도 온통 산뿐이다. 산이 좋으니 물 맑은 것은 당연지사. 예부터 음식의 맛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물이라 했다. 성분의 대부분이 물로 이루어진 술이야 말할 나위 없을 것이다. 그 물맛을 찾아 포천에 자리한 두 곳의 술 명가가 있다.

화현면 화현리 운악산(936m) 아래 자리한 배상면주가와 이동면 도평리 백운산(904m) 아래 자리한 이동막걸리이다.

배상면주가 전통술박물관 산사원은 주조도구를 전시한 전시장과 시음장, 가양주빚기체험장 등을 갖추고 있는 정갈한 술 문화 체험공간이다.

그에 반해 이동막걸리 양조장은 직접 들어가 술 빚는 과정을 볼 수 없지만 인근의 직판매장에서 도토리묵 손두부 등과 함께 효모가 살아있는 생막걸리 맛을 누려볼 수 있는 서민적인 공간이라 할 수 있다.

이밖에 한과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한가원, 화강암폐석산을 문화창작예술공간으로 재탄생시킨 아트밸리 등도 함께 돌아볼만한 공간이다. 포천시청 관광진흥팀 (031)538-2067~9

제주의 과거 속에서 술잔을 기울이다-제주 '오메기술'

제주에서 흔히 좁쌀막걸리로 불리는 오메기술을 제대로 즐기려면 서귀포 성읍민속마을에 가야한다.

무속신앙이 성행하던 옛 제주도에서 사시사철 당신(堂神)에게 제사를 드리며 따르던 술이 바로 오메기술로 14~17도 정도로 여느 막걸리와 도수가 비슷하나, 맛은 일반 막걸리보다 새콤달콤해 여성들이 즐기기에도 무난하다.

또 오메기술을 맑게 증류시킨 고소리술이 있다. 이 술은 40도가 넘어 1년 이상 장기보관이 가능하며 육지로도 판매되고 있다. 도수는 높지만 향과 맛이 순하고 부드러워 독한 술 같은 느낌이 들지 않으며, 술이 깬 다음에도 머리가 아프지 않고 숙취가 적다.

성읍민속마을을 관람하는 최적의 방법은 관리사무소를 방문, 전문 문화관광해설사의 동행을 요청하는 것이 좋은데, 30분이든 하루 종일이든 원하는 시간만큼 가능하다. 성읍민속마을보존회 (064)787-1179

달콤한 소곡주에 취하고 황금빛 갈대밭 데이트-서천 '소곡주'

술 익는 마을이 있고, 서걱대는 갈대숲을 거닐고, 떼 지어 날아오르는 철새들의 비상을 만날 수 있는 충남 서천은 명품 겨울여행지임에 틀림없다. 여기에 우리나라 전통주의 대명사로 손꼽히는 한산 소곡주를 곁들인다면 시공을 초월해서 신선이 어디 따로 있겠는가.

한산 소곡주는 1300년 전 백제왕실에서 즐겨 음용하던 술로 알려져 있다. 현존하는 한국 전통주 중 가장 오래된 술이 바로 소곡주다. 소곡주는 연한 미색이 나고 단맛이 돌면서 끈적거림이 있고 향취는 들국화에서 비롯된 그윽하고 독특한 향을 간직하고 있다.

술의 재료가 되는 잡곡의 냄새가 전혀 없는 최고급 찹쌀로 빚어 100일 동안 숙성시켜 만드는 전통곡주다. 소곡주의 맛을 좌우하는 것은 첫 번째가 물이요, 두 번째가 누룩, 세 번째가 술 익는 온도라고 했다.

소곡주에는 찹쌀과 누룩, 향을 위한 약간의 국화잎과 부정을 타지 말라는 의미로 홍고추 서너 개가 들어가는 것이 전부다.

좋은 술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고 하지만 한산 소곡주의 달콤함은 꽤 오래 혀 끝에 남아 솜사탕처럼 입안이 화해진다. 서천군청 문화관광과 (041)950-4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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