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아톰 프로세서를 탑재한 저가형 미니노트북을 '넷북'이라 부른다. 인터넷 접속 및 오피스 프로그램 등 가벼운 작업 정도는 무리 없이 소화해내는, 이동성을 강조하면서도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적은 노트북이 바로 넷북이다. 초창기 대만 PC 제조업체들이 넷북 바람을 일으키면서 국내 대기업은 물론이고 델 같은 글로벌 PC 업체도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HP도 최근 미니 1000이라는 시리즈명의 넷북을 국내 시장에 출시해놓은 상태다. 그 중 60GB 하드디스크를 탑재한 1001TU 모델을 만나봤다.
| HP 미니 1001TU | ■ 매혹적 자태를 뽐내다 | 10.2인치형의 액정을 단 HP 미니 1000은 같은 인치수의 다른 넷북과 비교하면 작고 가볍다. | HP는 인텔이 말하는 넷북 시장에는 다소 늦게 뛰어든 듯 하나 이미 2133이라는 미니노트북을 내놨던 이력이 있다. 비아 프로세서를 탑재했던 2133은 넷북이 나오기 전, 저가형 미니노트북 시장의 독보적인 존재였다. 인텔이 아톰 프로세서를 발표한 뒤 이를 탑재한 미니노트북, 넷북이 다수 출시되면서 빛이 바래긴 했으나 미니노트북이라는 범주에서 따져보면 HP가 후발주자라고 말하기는 힘들다. 게다가 2133의 경우 키보드와 액정의 배치에서 매우 효율적이면서도 이상적인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에 심장(프로세서 등)을 새로 이식한 미니 1000 시리즈는 더욱 관심을 얻고 있다. 이미 환율 등의 영향으로 대다수 넷북의 가격이 60~70만원대까지 올라가 있는 상태여서 넷북을 '저가형'이라고 부르기는 낯간지러운 면이 없지 않지만 미니 1000은 그 중에서도 매우 고급스러운, 매혹적인 자태를 뽐낸다. 검정색 광택 재질 안쪽으로 촘촘하게 그려져 있는 원형 패턴은, HP 제품군 중에서도 고급 홈 노트북에나 적용되는 상감 기법이 이 제품의 상판에 그대로 적용된 것이다. 10.2인치형의 액정을 단 HP 미니 1000은 같은 인치수의 다른 넷북과 비교하면 작고 가볍다. 심지어 8.9인치형의 액정을 장착한 델 인스피론 미니 9와 크기나 무게가 비슷하다. 따져보면 HP 미니 1000이 델 인스피론 미니 9보다 가로 길이가 3cm 정도 길고 무게가 0.5g 정도 더 나가는 정도니까. 미니 1000의 무게는 하드디스크형이 1.11kg, SSD형이 1.09kg이다. 두께 역시 얇다. 액정을 접었을 때의 두께는 25mm 정도로 역시 같은 인치대의 넷북과 비교했을 때 7~15mm 가량 얇은 것이다. 넷북 중에서는 가장 얇은 수준이다. | | 이 스피커. 예상 외로 소리가 매우 좋다. 넷북 중에서는 가장 좋은 소리를 낸다. | 크기와 부피를 줄이기 위해 이어폰과 마이크 단자는 하나로 통합되어 있다. 같이 못쓴다는 얘기다. 그 옆에는 HP 노트북 전용 확장 포트가 보인다. D-SUB 단자로 외부 모니터를 연결하려면 별매품인 확장 케이블을 구입해서 여기 연결해야 한다. | | | 제품 우측면에는 SD/MMC 카드 슬롯과 USB 포트가 보인다. | 전원 및 무선랜 ON/OFF 레버가 전면에 달려 있다. 인디케이터는 전원 레더 우측에 달려 있는데 이를 보려면 고개를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꺾어서 봐야 한다. | ■ 미니노트북의 선택 기준 이처럼 작은 크기를 가졌지만 화면을 보고 키보드 자판을 두드리는 일반적인 작업에는 전혀 불편함이 없다. 풀사이즈 키보드 대비 92%의 크기를 가진 널찍한 키보드와 선명한 액정 덕분이다. | 액정은 끝까지 뒤로 젖혀지지 않는다. 젖혀지는 각이 좁아서 무릎 위에 놓고 화면을 보기가 쉽지 않다. | 키보드의 경우 단순히 넓어서 좋다는 게 아니라 공간 활용을 멋지게 했다는 점에서 더욱 빛난다. 빈공간이 거의 없을 정도로 빼곡하게 들어찬, 그러면서도 각각의 키는 오목한 형태로 만들어 놓은 점, 자주 쓰는 시프트키와 백스페이스 키의 가로 길이를 늘려놨다는 점 덕분에 오타가 적고 장시간 사용해도 손의 피로가 덜하다.
| 빼곡하게 들어찬 이 키보드는 HP 미니 1000 시리즈의 가장 큰 장점이다. 특히 시프트 키 등 자주 쓰는 키는 키워놓고 오목한 형태로 만들어져 있어 장시간 사용해도 피로가 덜하다. | 액정은 CCFL 대신 LED 백라이트를 채택하면서도 브라이트뷰 코팅과 주변 프레임이 없이 유리 코팅으로 마무리해서 선명함과 고급스러움이라는 두 가지 장점을 모두 살렸다. 넷북의 기대치, 단지 인터넷을 즐기고 문서 작업 정도는 무리 없이 해낼 수 있으면 그만인 넷북에서 이 정도 디자인과 이 정도 설계면 잘 만든 노트북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기대도 하지 않았던 외장 스피커에서 제법 깊고 풍부한 소리까지 들려주니 더욱 마음에 든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일단 액정을 최대한 젖힐 수 있는 각도가 좁아서 무릎 위에 놓고 쓰거나 책상이 낮은 곳에선 허리를 더욱 구부려야 선명한 화면을 볼 수 있다. 또 전용 확장 케이블이 있어야만 D-SUB 케이블을 통해 외장 모니터와 연결이 가능하다. 확장 케이블은 별매 품목인데 제품을 구입하고도 어딘가에 또 돈을 들어야 한다는 점이 누군가에게는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3셀 배터리는 최소 전원 설정과 무선랜만 켜둔 상태에선 2시간 20~30분 가량을 버틴다. 6셀 배터리가 아쉽다면 내년 1월까지 기다려야 한다. 3셀 배터리를 장착한 것이 단점은 아니지만 6셀 배터리를 달고 나오는 경쟁 제품과 비교해본다면 보는 관점에 따라서 누군가에게는 아쉬운 점이 될 수도 있겠다. | 키보드를 키우느라 아래쪽 터치패드의 버튼이 좌우측에 배치되어 있다. 불편함은 느껴지지 않는다. | 팬 돌아가는 소리가 비교적 크게 나는 점은 단점이다. 특히 이렇게 팬이 돌아가고 있음에도 터치패드 주변, 그러니까 손목 닿는 부분에서 열이 올라오기 때문에 조금 오랜 시간 노트북을 쓰면 땀이 조금씩 흐른다. 하판 쪽은 더 많은 열이 발생하기 때문에 장시간 무릎 위에 놓고 쓴다면 불쾌한 감정을 느낄 수도 있겠다. 물론 액정 젖혀지는 각도 때문에 무릎 위에 올려놓고 쓰는 일은 적겠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이런 불만이나 단점이 생기는 이유는 제품이 얇고 작게 만들어진 데 따른 것이다. 디자인 멋지고 작고 가벼워 이동성이 높으면서도 불편하지 않은 작업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것들이랄까. 미니노트북의 기본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이러한 기본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 제품이 많다. 결론적으로 단점이나 불만 보다는 이 제품을 골라야 할 이유가 더 많다. 미니노트북을 고르려 한다면 이 제품을 눈여겨볼만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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