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ingle.chosun.com/site/data/html_dir/2008/11/03/2008110300645.html
“이제는 나만의 색깔을 가진 음악을 하고 싶어요”
- 이슥한 밤, 라디오 전파를 타고 흘러나오는 꿈결 같은 목소리가 밤을 더욱 아름답게 한다. “양 한 마리, 양 두 마리…”로 시작되는 MBC FM 라디오 '푸른 밤, 그리고 알렉스입니다'의 프로그램 로고송. 자정부터 시작되는 이 프로그램의 로고송은 알렉스의 감미로운 목소리와 잘 조화돼 프로그램의 낭만적인 이미지를 증폭시킨다. 30초짜리 이 짧은 노래는 잠을 부르는 가사인데도 잠 못 들게 하는 묘한 힘을 가졌다.
이 로고송은 ‘여가’, ‘One sweet day’ 등을 부른 가수 장연주 씨가 만들고 불렀다. 장씨는 2005년부터 10여 개가 넘는 인기 라디오 로고송을 만들고 불러 ‘로고송의 여왕’으로 불린다. MBC '박명수의 펀펀 라디오', '윤종신의 두 시의 데이트', SBS '소유진의 러브러브', '두 시 탈출 컬투 쇼' 등의 프로그램 로고송이 모두 그의 작품. MBC '박경림의 심심타파' 로고송은 2년 넘게 전파를 탔다.
- 청담동의 한 뷰티숍에서 만난 그는 요정 같았다. 큰 눈망울, 우윳빛 피부, 가녀린 체구…. 그에게 가장 자신 있는 로고송을 불러 달라고 청했다. “여기서요?” 하더니 몇 번 목소리를 가다듬고는 '두 시 탈출 컬투 쇼' 로고송을 부른다. “야~ 두 시다(하이톤). 야~ 두 시다(낮은 톤)…” 박수가 터졌다. 놀라웠다. 한 사람의 성대에서 이렇게 다른 소리가 나올 수 있다니. '푸른 밤, 그리고 알렉스입니다'에서는 밤의 요정이라면, '두 시 탈출 컬투 쇼'에서는 앳된 소녀와 40대 아저씨를 넘나든다.
그게 바로 로고송의 여왕이 된 비결이다. 20~40초 짧은 시간에 프로그램과 진행자의 개성을 강하게 전달해야 하는 로고송의 세계. 톡톡 튀는 개그맨이 진행하는 한낮 프로그램, 분위기 있는 가수가 진행하는 한밤 프로그램 등 각각의 분위기에 맞는 로고송을 만들면서 그는 때로 초등학생이 됐다가, 때론 밤의 여신이 된다. 그의 음악세계도 스펙트럼이 넓다. 발라드, 재즈, 록 등 다양한 장르를 소화하면서 각양각색의 음색으로 노래한다. 록을 부를 땐 중성적인 목소리로 고성을 내지르고, 귀여운 로고송에서는 가녀린 소녀처럼 부른다. 그래서 “카멜레온 같다”는 얘길 많이 듣는다. “어떻게 그렇게 다양한 음색을 내느냐?”고 했더니 “저, 다중인격이에요. 하루에도 행복과 불행을 100번쯤 오가는 것 같아요”라고 답한다.
- ▲ 방 천장에 붙여 놓은 기삿거리들
- “소리를 낼 때 힘을 주는 부분이 달라요. 북과 같아요. 북은 안에서 치는 소리, 밖에서 치는 소리, 모서리를 쳐서 내는 소리가 다 다르잖아요? 록을 할 때는 가슴을 치면서 소리를 내고, ‘대대거리는’ 소리(그는 자신이 내는 해맑은 목소리를 이렇게 표현한다)를 낼 때는 배에만 살짝 힘을 주고 목에는 힘을 빼죠.”
최근 그는 룰라의 ‘100일째 만남’을 리메이크해 디지털 싱글 앨범을 발표했다. 레게풍 단조로 된 원곡은 모던한 스타일의 장조로 재탄생했다. 그는 텔레비전이나 라디오 등에서 두드러진 활동은 하지 않지만 마니아층이 꽤 두텁다. ‘한국 차세대 모던 록을 이끌 여가수’라는 평도 있다. 이 말에는 단순히 ‘노래 잘하는 가수’라는 평가를 넘어 작사, 작곡, 편곡까지 두루 자질을 갖춘 음악가라는 찬사가 깃들어 있다.
그는 수원여대 실용음악과를 차석으로 입학해 수석으로 졸업했다. 록의 대부 신중현 씨한테 사사하고, 록밴드 들국화의 전 베이시스트 최성원 씨의 눈에 띄어 2000년부터 ‘테라’라는 예명으로 가수활동을 시작했다. 중학교 2학년 때부터 곡을 쓰기 시작, 고등학교 때는 EBS 창작가요제에서 대상을 받았고, 1998년 강변가요제에서는 은상을 수상했다.
발라드, 재즈, 록을 모두 소화해 내는 음색
- 그의 음악가로서의 길은 일찌감치 예고돼 있었다. 어머니는 그가 네 살 때 처음 앉은 피아노 건반 앞에서 동요를 척척 쳐 내더라고 이야기했다. 그저 음악이 좋았던 소녀는 라디오를 끼고 살면서 이승환, 신승훈, 김민우, 조정현 등의 발라드를 줄줄이 외우면서 학창 시절을 보냈다. 그러다 중 2때부터 가수의 꿈을 키웠다.
“수업 시간에 앞에 나가 이승환의 '텅 빈 마음'을 불렀어요. 노래를 부를수록 아이들 시선이 제게 집중되면서 제 노래가 그들에게 좍좍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들었죠. 노래를 끝냈을 때 아이들 반응을 잊을 수 없어요. 소름이 돋고 덜덜덜 떨렸죠. 그때 가수가 되겠다고 결심했어요.”
그는 어머니를 닮았다. 음악 분야의 전문교육을 받은 적이 없는 어머니는 워낙 노래를 잘해 찬불가 음반을 냈다. 어머니는 딸이 가고자 하는 길을 이해했지만 변호사인 아버지는 외동딸이 가수가 되는 걸 원치 않았다. 엄포를 놓는 심정으로 “이번 EBS 가요제에서 대상을 받으면 음대에 가도 좋다”고 선언했는데, 그가 덜컥 대상을 받은 것. 그 후 아버지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딸의 후원자가 됐다고 한다. 아버지 이야기를 하면서 그가 눈시울을 붉혔다.
평소 그의 목소리는 미소년에 가깝다. 약간 굵직하면서도 해맑은 음성, 또박또박 이야기하는 신뢰감을 주는 음성으로 전달력이 뛰어났고, 흡입력이 있었다. 이목을 집중시키는 마력이 있었다. 그의 로고송처럼.
- ▲ 직접 작곡한 악보들
- 9년째 가수의 길을 걷고 있는 그는 실력에 비해 운이 없는 편이다. 1집 , 2집 <본심> 모두 큰 반향이 없었다. 곡의 대부분을 직접 작사, 작곡, 편곡하여 음악성에서는 인정받았지만 대중에게는 크게 어필하지 못했다. 스펙트럼이 넓다는 게 오히려 독이 됐다. 한마디로 규정할 수 없는 그의 음악적 특색 사이에서 그도 방황했다. 자신이 원하는 음악과 대중이 원하는 음악 사이에서 지금도 헤맨다. 그는 “아침을 깨우는 목소리 같다”는 필자의 평가에 발끈했다.
“많은 분들이 그 목소리를 알고 계신데, 저는 그 목소리를 안 하고 싶어요. 원래는 그런 목소리가 아니라 굵은 목소리로 지르는 타입이에요. 음색이란 만들어지는 거예요. 그 목소리는 라디오 프로그램 제작자들이 원하는 대로 만들어진 소리예요. 이제는 ‘대대거리는’ 목소리가 아니라 제가 원하는 소리를 내고 싶어요.”
그는 내년에 발표할 정규음반을 준비 중이다. 새 음반에도 도회적 감성의 음악, 아기자기한 스타일의 곡 등 다양한 음악이 공존한다. 하지만 대중이 원하는 음악과 본인이 추구하는 음악 중 선택의 기로에서 그는 해답의 방향성을 찾았다.
“저 스스로 행복한 가수가 되고 싶어요. 객관적으로 잘되는 것보다 제가 행복해지는 게 중요해요. 제가 행복한 음악을 해야 듣는 사람에게 그 에너지가 전달될 수 있다고 믿어요.”
- ※ 자료제공 : 톱클래스 http://topclass.chosun.com
Copyright (c) 2006 chosun.com All rights reserved.
Contact webmaster@chosun.com for more information.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