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1월 21일 금요일

[특집] KBS2 <대왕세종> 결산 - 실험들의 미덕 (종합)

2008.11.18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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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2 대하사극 <대왕세종>은 2008년 1월 4일 스페셜 방송을 시작으로 막을 열었다. 1월 5일 본방송을 시작으로 11월 16일까지 총 86회로 대단원을 내렸다.

<대왕세종>의 전체 평균시청률은 15.3%였다. AGB닐슨 미디어리서치와 TNS 미디어 코리아의 각각 시청률 일일집계에서 동일하게 측정되었다. 마지막 86회는 13%대였다. KBS 대하사극의 전작들인 <불멸의 이순신>, <대조영> 등과 비교하면 초라했다. 거기에 <대왕세종>이 초반에 보여준 20%대 시청률은 높은 기대를 낳았고, 그 탓에 심리적으로 더욱 저조하게 평가받게 만든다.

더불어 최근 사극들과 비교하면 <대왕세종>은 더 큰 실패로 보인다. 주요 연기자 70여 명, 보조출연자 20,000여명, 총 200억원의 제작비라는 점에서 실패의 아픔은 비단 제작진에게만 주어진 것은 아니었다. <대왕세종>을 지켜본 시청자들에게도 큰 안타까움이다. 낮은 시청률은 TV 프로그램이 주는 궁극의 재미를 시청자들에게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아무리 재미있게 보았더라도 월요일 아침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없었다. TV 드라마 궁극의 재미를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관객입장에서 TV 드라마와 극장 영화는 재미가 다르다. 극장 영화는 관객에게 독점감을 주지만, TV 드라마는 시청자에게 공유감을 준다. TV 드라마의 공유감이란 어떤 장면이나 감정에 대해 여러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도록 만드는 재미이고, 극장 영화의 독점감이란 자기만이 찾은 무언가를 까발리고 싶도록 만드는 재미이다. 즉 관객이 흥행에 성공한 극장 영화에 대해 수다를 떨면서 느끼는 재미는 관객에게 덤이라면, 시청자가 자신이 즐겨보는 TV 드라마에 대해 누구와도 수다를 떨 수 있는 것은 부가적인 재미가 아니라 TV 드라마의 재미를 완성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니까 어떤 변명도 낮은 시청률을 상각시켜주지는 못하지만, 각종 매체와 팬들은 종방에 대한 아쉬움으로 <대왕세종>에 여러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공유감이라는 ‘TV 드라마’의 원론적인 재미는 충족시켜주지 못한 대신 역설적으로 ‘극장 영화’에서 맛볼 수 있는 독점감을 묘하게 주었기 때문이라고 풀이된다. 특히 그 독점감은 <대왕세종>이 86회라는 전통적인 대하드라마의 외향, 즉 대하드라마가 한국형 TV 드라마의 속성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형식이라는 점에서 20회 안팎의 한국 미니시리즈 드라마가 주는 중독성과 동일할 수는 없다.

바로 <대왕세종>의 ‘실험들’에 대한 평가 때문이다. <대왕세종>은 내적인 실험과 외적인 실험을 한 ‘KBS2 대하 사극 드라마’였다.

첫째, 채널변경과 방영시간변경에 따른 제작 주체와 경쟁력의 실험을 행했다. 채널변경은 국영채널의 성격이 가장 강한 KBS1에서 드라마를 한다는 것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던졌고, 그리고 KBS2로 옮기면서 그 제작 주체가 누구에게 영향을 받을 것인가를 선택한 실험으로 해석된다. 시간대변경은 주말 정치 사극 드라마로서 동시간대 간판 프로그램들과 시청률 경쟁을 펼치는 실험을 행했다. 주말 틈새시장을 주류로 끌어올린 SBS 드라마와 경쟁한 동시에 더 크게는 방송국의 핵심프로그램인 9시 뉴스들과 동시간대에 경쟁하면서 ‘주말사극’의 경쟁력을 평가받는 외적인 실험도 감행했다. 이런 외부환경을 고려하면 15% 시청률은 실패라고 보기 힘들 정도이다. 성공까지는 아니더라도 선방으로 평가하고 싶다. (자세히보기)

둘째, <대왕세종>은 우리 시청자들이 알고 있는 전통적인 사극의 스토리 전개와 극적 갈등에서 벗어나면서 내적인 장르실험을 행했다. 왕족들의 수많은 눈물, 기존의 비장미 대신 화해와 이해로 묘사된 죽음, 현대물로 리메이크해도 좋을 정도로 완성도 높은 왕권과 신권의 정치 게임, 말싸움으로 때웠던 수많은 사극과 달리 자신의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주는 인물들. 이런 요소들은 민중과 약속을 지키려는 절대권자의 의지, 권력에 대한 이상적인 욕망, 진보파와 보수파를 어떻게 볼 것인지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 양쪽을 아우르는 의지적인 통합 리더십, 실용주의가 불러오는 오해 등, 역사를 재해석해 현시대를 반영하고 방향을 제시한다는 사극 장르의 기본을 충실히 보여주었다. 그래서 <대왕세종>의 시청자들은 웬만한 사극을 보더라도 드라마의 재미와 별도로 ‘사극의 재미’만큼은 갈증을 느낄 것이 확실하다. (자세히보기)

셋째, 신인들의 과감한 기용을 하며 전통적인 사극 드라마로서 캐스팅 실험을 행했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10대 위주의 시트콤에서나 볼 수 있었던 신인들이 대거 등장했다. 특히 <대왕세종>은 소위 퓨전 사극 달리 전통 사극의 위치였으니 신인연기자들을 소모성 캐릭터가 아닌 에피소드의 갈등과 고민을 야기하는 캐릭터들로 배치했다는 점은 의미를 부여할 만하다. 등용문이라는 표현을 쉽게 하지만 그것은 소모되는 것이 아니라 그 문을 지나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때 성립된다. <대왕세종>의 신인배우들은 자신들의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주었고, 그래서 <대왕세종>은 수년이 지나 분명히 등용문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자세히보기)

물론 이런 실험 결과에 대한 평가는 평가자마다 다를 것이다. 어떤 실험을 했는가에 대한 의견도 다를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실험을 했다’는 사실이고, <대왕세종>의 실험들은 다분히 순환적이었다는 점이다.

<대왕세종>은 그 동안 KBS 주말 대하사극이 보여줬던 규칙들을 깼고, 전통적인 주말사극 장르 팬들은 이탈했으며, 그 결과는 상대적으로 저조한 시청률로 나타났다. 뒤집어보면 ‘사극이 이럴 수도 있구나’하면서 새로운 팬들이 유입되었고, 그 결과가 바로 15%대의 시청률을 만들었거나 지켜냈다는 뜻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86회 중 80회를 본방 사수한 애시청자로서 <대왕세종>의 제작진에게 위안을 주기 위해 상기 시키고 싶은 점은 지금은 ‘인터넷 시대’인 동시에 ‘케이블 시대’라는 점이다. 즉 당신들의 의지와 의도는 선배들과 달리 다시 한번 평가받을 수 있다.

TV 드라마는 극장 영화들에 비해 재평가가 저조한 편이다. 그 이유는 당연히 TV 드라마 속성에 기인한다. 영상매체는 인쇄매체와 달리 콘텐츠 내부에 절대시간을 가지고 있고, 거기에 극장 영화에 비해 TV 드라마는 근본적으로 호흡이 길다. 그래서 주말사극은 말 그대로 대하드라마인 만큼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다시 보기에는 너무나 긴 절대적인 시간을 가지고 있다. 즉 누군가 복기하려고 해도 그럴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언제든지 인터넷을 통해 VOD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고, 우연찮게 재방, 삼방, 사방하는 케이블 채널에서 다시 발견할 수도 있는 시대이다. 드라마 분석 논문에서 <대왕세종>은 선배들보다 더 객관적이고 구체적으로 다시 한번 평가받을 가능성이 열려 있는 것이다. 물론 대전제는 그럴 만한 가치를 당신들의 드라마가 보여 주었기 때문이다.

김형호 기자 dajoa@maxmovi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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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www.maxmovie.com/movie_info/news_read.asp?idx=MI0081084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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