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2월 2일 월요일

Emailing: 2009 이 제품 지르면 후회한다

기사제목 : 2009 이 제품 지르면 후회한다
작성자 : 한주엽 기자 작성날짜 : 2009-01-23

괜히 구입했다는 생각이 들 만한 제품 몇 가지를 소개한다. 쓰기 불편하고 뭔가 문제가 있는 제품들이다. 참아가며 쓸 수 있는 단점도 분명 있지만 대부분 치명적인 것들이다. 되도록이면 구입하지 않는 게 좋다. 꼭 사야 하더라도 알고 사자. 속은 덜 상한다.

제품은 전문 리뷰어와 전자신문인터넷 블로거기자단의 의견을 들어 평가했다. 후회하지 않을 제품은 '2009 이 제품 질러도 후회없다' 기사를 참조한다.

■ LG전자 프랭클린 플래너폰

가죽 느낌이 나는 후면 커버와 카메라 렌즈 주변에 띠처럼 둘러놓은 철제 재질, 그리고 프랭클린 플래너폰이라는 애칭에서 알 수 있듯 LG전자 SU100은 일정관리, 즉 종이 다이어리의 기능을 강조한 제품이다.

그것도 그냥 다이어리가 아니라 제법 명성이 높은 '프랭클린 플래너'를 이름에 덧붙였다. 프랭클린 플래너 하면 국내는 물론이고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은 값비싼 다이어리가 아니던가. 국내에도 꽤 많은 마니아 층이 형성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LG전자는 이 제품을 출시할 때 "프랭클린 플래너의 장점을 휴대폰에 고스란히 옮겨놨다"고 홍보했다. 프랭클린 플래너의 상표권을 가진 스티븐 코비 박사도 초청했다. 스티븐 코비 박사는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의 저자로도 유명하다.

관심을 끌만 했다.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각광받고 있는 AM OLED, 높은 터치 감도, 가벼운 무게 등 일반 터치폰으로도 나쁘지 않은 평가를 받을 제품이지만 프랭클린 플래너라는 브랜드가 더해져 보다 돋보인 것이다.

또 휴대폰과 PC의 일정 데이터를 동기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내가 입력한 일정이 차곡차곡 쌓이는 재미도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종이 기반의 프랭클린 플래너나 일반 다이어리를 애용하던 사람이 구매 의욕을 보였다.

그러나 일정관리 기능에는 제약이 있다. 그래서 '프랭클린 플래너'라는 이름과 홍보 문구만 보고 제품을 구입했다가는 크게 후회할 수 있다.

이 제품은 일정을 입력할 수 있는 개수가 1,000건으로 제한되어 있다. 입력할 수 있는 글자 수도 40자를 넘으면 안 된다. 메모의 경우 100건 까지만 저장할 수 있다. 적잖은 개수라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금세 제한 범위에 도달할 수 있다.

49MB의 매우 좁은 내장 메모리 때문이었더라면 외장 메모리를 삽입했을 경우 입력 개수가 늘어나야 하는 데 그렇지 않다. 처음부터 그리 설계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과거 일정을 매번 지우거나 백업해야 한다. 마치 종이 다이어리의 속지를 갈아 끼우듯 말이다. 1,000개로도 충분하다는 얘기는 다이어리를 제대로, 오랫동안 써보지 않은 사람이다.

LG전자는 스티븐 코비 박사가 가진 '프랭클린 플래너'의 상표와 구성만 가져올 게 아니라 디지털의 장점도 잘 살렸어야 했다. 

일정 관리를 제대로 하고 싶다면 차라리 아웃룩과 연동되는 일반 스마트폰을 고르는 게 현 시점에선 가장 좋은 선택이다. 삼성전자의 울트라메시징2, 혹은 돈을 더 들이더라도 옴니아로 가는 것을 추천한다.

■ 아수스 EeePC 901

아수스의 EeePC는 넷북 시장을 연 장본인이지만 몇몇 모델은 사소하지 않은 문제가 있다. 12GB의 SSD를 주요 저장장치로 채택한 EeePC 901은 광고나 홍보 문구만 보면 '매우 빠른 부팅 속도를 가진' 넷북으로 여겨질 수 있다.

뜯어보면 이렇다. 12GB의 SSD 용량 중 4GB는 온보드, 나머지 8GB는 외장형이다. 4GB의 온보드 SSD에 윈도우 XP가 설치된다. 문제는 이렇게 설치하고 나면 남는 공간이 300~500MB 정도다. 그나마 주요 보안 업데이트를 받고 나면 남는 공간이 거의 없다. 업데이트를 받지 못하는 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고 실제 그런 상태로 쓰고 있는 사용자도 많다.

그렇다면 8GB 외장 SSD에 윈도우를 설치하는 방법이 있는데, 이 8GB SSD는 속도가 비교적 느린 MLC 방식(온보드 SSD는 SLC 방식이다)이라는 게 문제다. 이곳에 윈도우를 설치할 경우 매우 느린 속도를 감안해야 한다. 제조사는 과연 이 사실을 인지하고 있을 것인가.

40만원대의 저렴한 가격, 6셀 배터리로 넉넉한 사용시간, 멀티터치를 지원해 간편하게 스크롤할 수 있는 터치패드 등 EeePC 901은 장점이 많은 제품이다. 그러나 이런 저장장치의 구성은 제품 구입한 걸 후회하게 만드는 요소가 된다.

■ 민트패스 민트패드

민트패드는 네트워크 기능을 내장한 컨버전스형 단말기다. 제조사인 민트패스는 굉장히 감성적인 측면에서 이 제품을 소개하고 있지만 단순한 설계 측면으로 보자면 그렇다. 터치 액정을 달았고 무선랜을 내장했으며 각종 멀티미디어 파일을 재생할 수 있다. 게다가 스피커, 마이크, 카메라까지 달고 있다. 윈도우 CE 5.0을 탑재했으니 PDA와 크게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해도 좋을 듯 싶다.

구구절절 스펙을 늘어놓지 않더라도 민트패드로 할 수 있는 일이 무궁무진하다는 건 무선랜을 내장했다는 사실 하나로도 충분히 알 수 있다. 자잘한 단점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매월 1~2회씩 펌웨어(펀웨어) 업그레이드를 통해 기능을 고치고 추가하고 있으니까. 그런데 이게 장점일까 단점일까. 분명한 건 처음 나왔을 때 완벽한 게 좋다는 것. 물론 액정의 품질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건 약점이 될 수 밖에 없다.

민트패드는 디지털 메모패드를 지향하고 있다. 터치 액정과 스타일러스 펜을 통한 손 글씨의 메모는 물론이고 무선랜에 접속할 수 있는 공간이라면 민트패드를 가진 친구에게 메모를 전송할 수도 있다. 또 내 블로그에 접속해서 글을 쓰거나 방금 찍은 사진을 올리는 것도 가능하다. 이것이 민트패드가 내세우는 가장 큰 장점이다.

그러나 민트패드가 지향하는 메모패드로써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제품의 문제라기 보단 환경의 문제랄까. 집이나 회사에선 민트패드로 메모를 보내는 것 보단 PC 켜고 메신저를 쓰지 않을까. 블로그도 엄밀히 말하면 내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민트패드를 위한 블로그를 민트패스 사이트에서 만들어야 하는 탓이다.

서비스가 없는 하드웨어는 힘을 낼 수 없다는 것을 이들은 알고 있을 것이다. 민트패스 안에 블로그를 포함하는 것도, 사파이어라는 온라인 파일 관리 서비스를 민트패스 웹사이트에 놓아둔 것도 이를 위한 포석이라고 볼 수 있다. 개념상으로 보면 나쁘다고 보기는 힘들다. 정보 단말기라면 굉장히 매력적인 컨셉일 수 있다. 그러나 떨어지는 인프라 확장 능력으로 인해 사용자가 불편을 느낀다면 오히려 개방하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 서비스도 그렇고 소프트웨어 개발에 관한 것도 그렇다.

지금의 민트패드는 흥미를 끌만한 여러 요소를 가지고 있지만 지속되긴 힘든 구조다. 방안 한구석에서 놀고 있는 민트패드를 보곤 후회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 파인디지털 파인드라이브 큐비

한국은 해외 시장과는 달리 화면 크기가 큰 7인치형 내비게이션이 인기다. 이 때문에 3~4인치대 내비게이션을 구입하려고 해도 가짓수가 많지 않다. 구입할 만한 제품은 기껏해야 3~4 종류. 그 중 파인디지털의 파인드라이브 큐비는 저렴한 가격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기능과 광택이 나는 곡선 디자인으로 시선을 잡아끈다. 여성 운전자나 작은 차량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제품을 구입하고 싶을 것이다.

큐비는 확실히 괜찮은 구성의 미니 내비게이션이다. 10만원대의 가격에 DMB를 탑재하고 별도의 배터리를 내장해 이동용으로도 활용 가능하다. 배터리를 장착했다는 것은 차량 시거잭에 연결해놓고 시동을 걸 때 다소 약하긴 하나 전기적인 충격을 받지 않는다는 뜻과도 통한다. 다시 말해 뜻하지 않은 전기 충격으로 제품에 문제가 생길 일도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 제품에는 파인디지털의 특허 기술인 파인GPX가 적용되어 GPS 신호가 잡히지 않는 지하 주차장이나 터널에서 빠져나왔을 때 단 몇 초간의 대기 시간도 없이 곧잘 신호를 찾아낸다. 

단지 GPS 신호를 재깍재깍 잡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쓸 만한 내비게이션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큐비는 여기에 미니 내비게이션으로는 매우 이상적인 구성과 디자인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길을 찾을 때 큐비는 약이 아니라 독이 될 수도 있다. 엉뚱한 경로로 들어섰음에도 새로운 경로를 탐색하지 않는 게 빈번하다. 특히 고가나 지하차도가 있는 길에서 이런 현상이 심하다.

예를 들어 월곡에서 내부순환로를 타야 하는 경로에서 내부순환로로 올라가지 않고 쭉 직진해도 제대로 된 길을 찾는 것처럼 나온다. 성산대교를 지나 내부순환로로 올라가야 하는 경로에서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고가도로 근처에서 이런 문제가 발생한다.

게다가 경로를 재탐색하는 시간도 매우 길다. 이건 제품에 내장된 메인 프로세서의 느린 속도가 원인일 것이다. 심할 경우 경로 재탐색 시간이 10~15초가 걸릴 때도 있다. 달리는 차량이라면 적잖은 시간이다. 모르는 길이라도 갈 때면 아까운 시간을 버릴 수도 있을 것이다.

■ 파나소닉 루믹스 L10

파나소닉의 콤팩트 디카는 제법 좋은 반응을 얻고 있으나 DSLR은 그렇지가 못하다. 파나소닉의 2번째 DSLR 카메라 루믹스 L10 얘기다. L10은 올림푸스가 주도하는 포서드 진영의 새로운 동반자가 됐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L10과 함께 처음 출시된 포서드 마운트의 라이카 번들 렌즈도 관심을 모으기에 충분했다.

파나소닉 루믹스 L10은 회전식 액정과 진보된 라이브뷰(액정을 통해 사물을 보면서 촬영하는 기능. 일반 콤팩트 디카를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기능으로 차별화를 꾀하려 했다. 특히 라이브뷰 상태에서 콘트라스트 AF 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것을 장점으로 내세웠다.

확실히 당시 루믹스 L10의 설계는 보다 디지털에 가까운 것이었다. 지금은 동영상도 촬영할 수 있는 DSLR이 나와 있는 상태지만 라이브뷰 기능조차 생소했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루믹스 L10을 찾는 사람도 더러 있었다.

그러나 L10의 최대 장점이었던 라이브뷰와 라이브뷰 상태에서의 빠른 AF 속도는 번들로 제공되는 라이카 렌즈가 아니면 작동하지 않는 사실이 후회를 낳았다. 이것은 지금도 유효한 사실이다.

올림푸스나 시그마의 포서드 마운트 렌즈를 달 수도 있다. 그러나 라이카 렌즈가 아니면 이 제품의 최대 장점이랄 수 있는 라이브뷰 상태에서의 빠른 콘트라스트 AF와 손떨림 보정이 빠져버린다. 렌즈 종류가 많으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장점을 살릴 수 없게 된 것이다.

얼마 전 파나소닉은 기존 포서드 시스템보다 얇고 가벼운 마이크로포서드 시스템의 DSLR 루믹스 G1을 출시해놓은 상태다. 출시된 지 얼마 안되 검증이 되지 않은 상태지만 G1은 후회없는 선택이 되길 기대해본다.

■ 소니 롤리

롤리는 잘 알려진 것처럼 소니가 선보였던 로봇강아지 아이보의 기술을 일부 차용해서 만든 MP3 플레이어이자 로봇이다. 그래서 단순한 율동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음악에 맞춰 그에 해당하는 움직임을 보여준다. 그리고 원할 경우 PC용 프로그램을 이용해 모션을 새로 만들 수 있다. 내 마음에 꼭 들게 만드는 것은 물론 쉽지 않은 일이긴 하지만.

롤리가 음악에 맞춰 춤추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자연스럽게 지갑으로 손이 간다. 그만큼 신기하다. 그리고 재미있다. 하나 가지고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건 누구라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그러나 실용성을 중시하는 사람이 이 제품을 선뜻 구입했다간 후회할 수 있다. 물론 얘기하려는 건 뻔한 내용이다. 40만원에 육박하는 높은 가격, 그러나 상대적으로 좁은 2GB의 용량, 유선 이어폰을 붙여 쓸 수 없다는 점, 다소 크고 무거워서 휴대가 불편하다는 점, 액정이 없어 불편하다는 점이 합쳐져 후회가 될 것이다.

굳이 체험하지 않아도 스펙 보고 조금만 생각해보면 누구나 알만한 내용이다. 게다가 소니 역시 '실용성'을 중시하는 사람에게 이 제품을 적극적으로 판매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다. 소니는 롤리에 대해 조금 더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기 위한 과정 및 도전이라고 일본 현지 언론을 통해 밝힌 바 있다.

좋은 얘기고 좋은 발상이지만 40만원을 투자할 것인가는 생각해 볼 문제다. 그 돈이면 아이팟 터치를 한 대 살 수 있다. 곧 나올 워크맨 터치를 구입할 수 있을 돈일지도 모른다.

■ SK텔레콤 HTC 터치 듀얼

대만 HTC는 첫 번째 구글폰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는 스마트폰 제조업체다. 해외에선 제법 이름이 알려진 이 회사는 지난해 SK텔레콤을 통해 한국 시장에 첫 걸음을 내디뎠다. 스마트폰에 관심이 있었던 사람이라면 HTC가 한국 시장에 내놓은 터치 듀얼에 주목했을 것이다.

그러나 터치 듀얼은 그야말로 최악의 제품이다. 해외에선 제법 괜찮은 평가를 얻었다만 국내 출시된 터치 듀얼은 몇 가지 치명적인 단점을 안고 있다.

일단 이 제품은 느리다. 느리기로 소문난 삼성전자 울트라메시징(일명 블랙잭)과 비슷한 수준이다. 울트라메시징의 느린 속도를 경험했다면 그와 비슷한 속도의 터치 듀얼은 쓸 만한 제품이 못 된다는 것을 알 것이다.

현지화(한국화)도 제대로 못했다. 문자메시지 목록 띄우는 데 3초에서 심할 경우 5초를 넘게 기다려야 한다. 문자 선택해서 보는 데에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버튼이 눌러지는 속도를 화면이 따라가지 못한다. 이건 HTC보단 SK텔레콤을 탓해야할까?

터치 감도가 민감한 것은 좋았으나 손가락과 뺨 조차 구분하지 못하는 건 치명적이다. 얼굴에 제품을 대고 한참 통화한 뒤 화면을 보면 엉뚱하게도 카드 게임이 수행되어 있거나 인터넷 접속이 이루어져 있다.

수많은 단점이 산재해 있으나 단지 이 3가지 문제만 봐도 구입 뒤 후회할 이유는 충분하다. 향후 출시될 터치 다이아몬드도 이런 설계라면 아무리 겉모양이 예뻐도 좋은 평가를 받기는 힘들지 않을까.

 
 

출처: http://www.ebuzz.co.kr/content/buzz_view.html?uid=768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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