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디자인에 다양한 기능과 탁월한 성능을 가진 제품을 접하면 갖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사람들은 이럴 때 '지름신이 강림했다'고 말한다. 블로그나 커뮤니티 게시판 등에서 남이 올려 둔 제품 사용기를 읽고 구매 충동을 느낄 때 쓰는 '뿜뿌'라는 표현도 있다. 흔히 '뿜뿌질 당했다'고 표현한다. 지름신의 메시지나 뿜뿌질을 거부할 수 없다면 값이 비싸고 당장 크게 필요치 않아도 지갑을 열어 제품을 구입한다. 주변에서 이런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들은 구매 뒤엔 으레 '질렀다'고 표현하곤 한다. 지름신이 강림했건 뿜뿌질을 당했건 뭔가를 '질렀다'는 것은 계획적, 경제적, 효율적 구매 방식과는 거리가 있다. 지르기 전에 미리 제대로 살펴보지 않으면 아까운 돈만 날렸다는 기분이 들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질러도 후회 없을 제품, 지르면 후회할 제품을 나눠서 정리해봤다. 대게 보면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 만한 제품들이며 전문 리뷰어와 전자신문인터넷 블로거기자단의 의견을 들어 평가했다. 이 기사는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질러도 후회가 없을 제품을 소개한다. 지르면 후회할 제품은 '2009 이 제품 지르면 후회한다' 기사를 참조한다. ■ HP 미니 1000 시리즈 수많은 넷북이 나와 있지만 HP 미니 1000 시리즈가 단연 눈에 띄는 이유는 바로 디자인 때문이다. 검정색 광택 재질 안쪽으로 촘촘하게 그려져 있는 원형 패턴 덕에 저가형이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 게다가 작고 가볍다. SSD가 장착된 제품은 1.09kg로 매우 가벼우며 10.1인치형의 액정을 가졌지만 8.9인치형의 타 업체 넷북과 비슷하거나 약간 작은 크기를 가졌다. 그러면서도 키 입력은 매우 편하다. 풀 사이즈 키보드 대비 92%의 크기의 키보드가 적용되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액정을 열고 노트북 하판을 들여다보면 빈 공간 없이 빼곡하게 들어찬 키보드를 볼 수 있다. 물론 마우스 역할을 하는 터치패드 버튼이 아래쪽에서 좌우편으로 위치가 변경되긴 했으나 큰 불편은 없다. 작고 가벼우면서 작업 환경까지 고려된 제품이다. 디자인만 멋진 게 아니어서 쓰면 쓸 수록 잘 샀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게다가 가격도 초기 70만원대에서 현재 60만원대 중반까지 내려온 상태다. ■ 애플 아이팟 터치 2세대 아이팟 터치는 구입하면 후회하지 않을 제품이다. 비록 애플코리아의 A/S 응대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국내에선 아이튠스 서비스를 제대로 활용할 수 없더라도 제품의 높은 완성도가 이를 상쇄하기 때문이다. 애플 아이팟의 전 세계적인 인기 요인은 아이튠스라는 음악 서비스+잘 만든 하드웨어+내부 소프트웨어(UI)인데 이 중 한 가지가 빠졌더라도 충분히 만족하고 사용할 수 있다. 게다가 앱스토어(응용 프로그램 다운로드 서비스. 유무료 응용 프로그램이 산재해있다)를 통해 게임까지 내려 받을 수 있으니 닌텐도 DSL도 부럽지 않다. 물론 한국 앱스토어에는 게임 카테고리가 없어서 미국 계정으로 들어가야 하지만. 한편으론 분하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지만 이런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구입 뒤 후회가 없는 제품이 바로 아이팟 터치다. ■ 팅크웨어 아이나비 K7 내비게이션을 고를 때는 흔히들 내장된 전자지도를 살피라고 한다. 살피기는 하지만 뭐가 좋은 건지 알 수가 없다. 딱히 지도 간 장단점을 제대로 짚어주는 곳도 없고 그저 '어디어디 전자지도가 좋더라'는 막연한 얘기만 오고간다. 팅크웨어의 아이나비도 그 좋더란 전자지도 중 하나다. 입소문 덕을 많이 봤다고는 하지만 실제 아이나비의 방대한 POI(Point Of Interest, 관심지점) 데이터와 길을 찾아주는 알고리듬의 완성도는 상당한 수준에 이르러있다. 지난해 3월에 나온 팅크웨어의 3D 지도는 기존 아이나비의 길 찾기 성능에 시각적인 면을 부각했다. 초창기에는 고가나 지하차도 등의 부재로 현장감이 떨어진다는 의견이 있었으나 꾸준히 업데이트를 해온 결과 지금은 현재 위치에 대한 현장감이 매우 높은 전자지도가 됐다. 아이나비 K7은 이런 3D 전자지도와 7인치형의 액정을 탑재한 내비게이션이다. 이 제품은 인공지능 기능을 강화한 것이 특징으로 조도센서로 주변 상황에 따라 화면 밝기를 조절해주며 주행 속도별로 볼륨이 자동으로 조절되는 기능도 갖췄다. 블루투스를 지원해 휴대폰 핸즈프리로도 활용 가능하다. 듀얼 지상파 DMB로 TV를 보면서도 TPEG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게다가 팅크웨어의 특허 기술인 G센서가 적용되어 차량의 움직임을 재빨리 알아채고 화면에 반영하는 것도 이 제품만의 자랑. 무엇보다 전자지도와 하드웨어의 궁합이 잘 맞기 때문에 디자인이 멋져서 구입했다손 치더라도 이후 후회 없이 쓸 수 있을 것이다. ■ 파나소닉 루믹스 LX3 파나소닉 루믹스 LX3는 콤팩트형 디카 '답지 않은' 성능을 가진 제품이다. 왜곡이 적은 24mm의 광각 라이카 렌즈와 완벽한 수동 기능, ISO 6400의 고감도, 손떨림 보정 등 카메라 마니아라면 군침을 흘릴만한 사양을 갖췄다. 특히 렌즈 밝기가 f2.0이어서 어두운 실내에서도 흔들림 없는 사진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또 화각을 18mm까지 확장할 수 있는 컨버터와 각종 필터, 외장 뷰파인더 등 액세서리도 다양해 또 다른 재미도 느낄 수 있다. 한 마디로 DSLR 뺨치는 성능은 물론이고 휴대성까지 갖춘 제품이라는 것. 크고 무거운 DSLR에 지쳤다면, 그리고 콤팩트형 디카의 (상대적으로)떨어지는 성능에 염증을 느낀 사람이라면 LX3를 흠모할 만 하다. 다만 성능 뿐 아니라 가격까지 콤팩트형 디카 답지가 않다는 게 부담이라면 부담이다. 이 제품 가격은 무려 60만원대. 그러나 똑같은 렌즈, 똑같은 스펙의 라이카 D-룩스4의 가격이 120만원대라는 것을 생각하면 이 제품은 비싼 것이 아니다. 잘 알려져 있듯 파나소닉 루믹스는 라이카의 광학 기술을 그대로 가져온 제품이다. 반대로 라이카의 D-룩스4는 파나소닉의 디지털 기술을 이어받았다. 때문에 동일한 스펙, 비슷한 외관을 가진 2개 브랜드의 제품이 나오는 것이다. 그러나 가격 차이는 심하게 난다. 이미지 프로세싱이 약간 다르긴 하나 차이를 느끼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성능 좋은 카메라를 싸게 잘 구입했다는 생각이 계속 들 것이다. 물론 카메라 액정에서 보는 것과 실제 모니터 화면에서 결과물을 볼 때 다소 차이가 있다는 점, 동영상 찍을 때 줌이 작동하지 않는 다는 점 등 약점이 있긴 하나 이 제품의 전체적인 성능은 이를 잘 덮어준다. ■ 삼성전자 울트라메시징2 SCH-M480 옴니아가 선전하고 있는 가운데 울트라메시징2(해외에선 미라지폰, 일명 블랙잭2)를 얘기하는 것이 이상해 보일 수도 있지만 스마트폰이 정말 필요한 사람이라면, 혹은 스마트폰의 잠재력을 100% 끌어낼 수 있는 사람이라면 이런 형태가 보다 경쟁력이 높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일단 이 제품은 쿼티 키패드를 갖춰 문자를 빠르게 입력할 수 있다. 이런 형태를 가진 제품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마벨 PXA310 642MHz CPU를 달아 전 모델인 울트라메시징1과는 다르게 동작 속도도 빠르다. 옴니아는 이보다 높은 클럭의 PXA310(806MHz) CPU를 썼으나 햅틱UI 등이 덧씌워져 체감 속도는 오히려 울트라메시징2가 빠르다. 또 액정 터치스크린까지 지원되니 응용 프로그램을 수행하거나 기타 여러 작업을 빠르게 해낼 수 있다. 무엇보다 아직 고를 수 있는 스마트폰의 가짓수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이 정도 완성도라면 충분히 후회 없이 사용할 수 있다. 옴니아의 G센서, 고해상도의 액정, 쓰기 쉬운 햅틱UI, DivX 재생 등 마음에 드는 각종 사양과 기능이 끌린다면 전반적으로 배터리 지속 시간이 길지 않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무엇보다 SCH-M480은 이미 출시 반년이 지난 제품이어서 가격이 상당히 떨어져 있는 상태. '지르기' 딱 좋은 시기라는 것이다. ■ 산요 작티 VPC-CA8 디카와는 달리 캠코더는 누군가에게는 정말 필요 없는 물건이 될 수 있다. 쉽게 할 수 있는 툴이 여럿 나왔지만 영상 편집은 여전히 어려운 작업인 게 사실. 그렇다보니 디카와 비교하면 접근성이 떨어진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편으로 제조사들은 캠코더의 크기를 줄이는 데 고심하고 있다. 물론 아이를 둔 가정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편집이 어렵더라도 어떻게든 아이의 모습을 영상으로 남겨두고픈 욕구가 강하기 때문이다. 산요의 작티 시리즈, 그 중에서도 VPC-CA8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대와 물속에서도 자유롭게 동영상이나 사진을 촬영할 수 있는 방수 기능을 갖춰 가정용 캠코더로 크게 각광받고 있다. 이 제품은 8GB 메모리 사용시 640×480(초당 60프레임)의 해상도로 2시간 51분까지 연속 영상 촬영이 가능하다. 당연하지만 동영상 촬영 시 광학 줌도 사용할 수 있다. 5배까지 지원한다. 줌 기능을 활용했을 때 초점을 바로 잡는 속도도 매우 빠른 편이다. 또한 수심 1.5m까지 최대 60분간 촬영이 가능해 여름철 바닷가나 수영장 같은 물가에서도 아이나 연인의 모습을 영상으로 만들 수 있다. 이 제품을 캠코더로 보자면 가격대비 뿐 아니라 절대적인 성능도 높은 편이어서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디카로 보면 얘기가 다르겠지만. ■ 레오폴드 토프레 리얼포스101 키보드 하나 가격이 수 십 만원이라면 대부분 놀란다. 무슨 키보드가 그렇게 비싸냐고. 그러나 이렇게 값비싼 키보드를 쓰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들이 주장하는 것은 디지털 시대의 남성 액세서리는 몽블랑 만년필이 아니라 키보드라는 것이다. 항상 손이 닿는 키보드만큼은 감 좋고 오래 써도 불편하지 않는 제품을 골라야 한다는 게 그들의 생각이다. 레오폴드가 수입하는 일본 토프레 리얼포스 101은 키보드 마니아들 사이에서 널리 알려진 제품이다. 이른바 '최고가 키보드'다. 별다른 단축키도 없고 디자인도 멋지지 않은 게 가격은 20만원을 훌쩍 넘긴다. 그러나 써 본 사람의 평가는 항상 최고다. 이 제품의 값어치는 일단 쳐봐야 안다. 리얼포스 키보드는 정전용량 무접점 방식을 도입한 제품으로 일반적으로 불 수 있는 멤브레인이나 기계식 키보드와는 다른, 부드러우면서도 경쾌한 키감을 가지고 있다. 정전용량 무접점 방식은 특정 키캡이 눌러지면 전류가 발생하고 이것이 신호가 되어 해당 키가 눌러졌음을 인지한다. 어떠한 형태로든 PCB 기판과 접촉하는 일반 멤브레인이나 기계식 키보드와는 달리 물리적인 접촉이 없는 덕에 내구성이 높다. 부드러우면서도 경쾌한, 가벼우면서도 무거운 독특한 키감은 이러한 설계에 따른 것이다. 가치를 알기 전엔 그저 마니아나 쓰는 제품이라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한 번 써보면 다른 키보드 쓰기가 힘들다. 이것을 후회로 받아들인다면 이 제품은 쓰지 않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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