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6월 1일 월요일

Cover Story - 제1부 <승부의 향방> USB는 전 기종 탑재가 목표, HDMI는 휴대기기에 재도전

주변기기용 인터페이스 기술의 대표격인 'USB'의 차세대 사양이 8년 만에 등장한다. AV 기기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HDMI' 역시 차세대 사양이 조만간 발표될 전망이다. 지금까지 PC와 휴대기기는 USB가,가정용 AV 기기는 HDMI가 장악하다시피 해 왔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크게 달라지고 있다. 차세대 사양이 등장하면서 두 규격이 휴대기기 시장에서 정면으로 격돌하게 된 것. USB와 HDMI, 승자는 과연 누가 될까? NE-Korea

인터페이스 분야에서 규격 전쟁은 숙명이다. 새로운 규격이 출현했다가 사라지고, 다시 탄생하는 반복적인 과정에서 오직 강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혹독한 생존 경쟁 속에서 USB는 지금까지 눈부신 전력을 자랑해 왔다. 1996년에 처음 등장한 이래 수많은 인터페이스 규격을 물리치면서 세력을 확장해 왔다(그림 1).

초기의 'USB 1.0/1.1'은 마우스와 키보드 용도로 범위를 확장하면서 기존에 사용돼 온 'PS/2'와 병렬포트의 역할을 빼앗았다. 2000년 4월에 등장한 고속 버전 'USB 2.0'은 AV 기기 업계가 강력히 지원하는 'IEEE1394'와 정면 대결한 끝에 결국은 이 역시 밀어내고 말았다.

USB는 전기 공급 기능을 앞세워 휴대기기에도 침투했다. 휴대기기용 소형 커넥터인 '미니 사양'과 '마이크로 사양' 등으로 계속 확장해 나가면서 디지털 카메라와 미디어 플레이어, 휴대폰 등의 영역까지 파고들었다. 이제 USB는 PC와 휴대기기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존재가 되었다.

USB와 더불어 막강한 전력을 나타내는 인터페이스 규격이 하나 더 있다. HDMI(High-Definition Multimedia Interface)가 그것이다. HDMI는 2002년 12월에 처음 발표된 이후, HD 동영상 컨텐츠의 수요 증가에 힘 입어 TV를 중심으로 한 AV 기기의 표준 인터페이스로 부상했다. 1080p의 HD 동영상을 비압축으로 전송할 수 있다는 특성은 가정용 AV 기기를 위한 전송매체로서 안성맞춤이었던 것. 또한, 저작권보호 규격인 'HDCP(High-bandwidth Digital Content Protection)'에 대한 대응 능력 역시 HDMI가 빠르게 보급되는 데 촉진제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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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S/2 : 키보드와 마우스 접속용 인터페이스 규격. IBM의 PC 이름에서 유래했다.
★ IEEE1394 : AV 기기와 PC, PC용 주변기기 등을 연결하기 위한 시리얼 인터페이스. 압축한 영상 데이터를 끊김 없이 주고 받기 위해 등시성(Isochronous) 전송 모드를 갖췄다.
★ HDCP(High-bandwidth Digital Content Protection) : HDMI와 DVI 등에 적용되는 저작권 보호기술. 미국 인텔이 개발했다.

지금까지 USB와 HDMI는 각자의 영역을 나누어 가지면서 공존해 왔다. "PC와 휴대기기에서는 USB, 가정용 AV 기기에서는 HDMI"라는 것이 지금까지 전자업계에서의 통설이었다. 그러나, 최근 인터페이스계 '양대 거물'의 정면 충돌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지금까지의 세력 균형도 붕괴되려 하고 있다. 그 무대는 휴대기기, 특히 모바일 시장이다. 2009~2010년에 등장할 두 진영의 차세대 버전이 모두 휴대기기 탑재를 강력히 지향하고 있기 때문이다(그림 2).

목표는 모바일 분야

HDMI 진영에서는 휴대기기 분야로의 진출이 오랜 숙원이었다. 가정용 AV 기기보다 시장 성장성이 높은 휴대기기 시장에 진출하여 HDMI의 보급을 가속화하려는 의도가 있기 때문이다.

사실 HDMI가 휴대기기 분야로 진출을 시도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6년 6월에 발표된 'HDMI v1.3'에는 휴대기기용 소형 커넥터 사양인 '타입 C'가 포함되었다. 당시 HDMI 진영에서는 이를 통해 휴대기기 분야에서의 입지를 광범위하게 넓히겠다는 목표를 세웠었다.

하지만 이러한 의도는 크게 빗나갔다. 휴대기기에 탑재하기에는 커넥터 크기가 여전히 너무 크고 소비전력도 너무 높았기 때문이다. 결국, 타입 C는 일부 캠코더와 SLR(Single-Lens Reflex) 카메라 등에 채택되는데 그치고 말았다.

즉, HDMI로서는 2009년 여름에 책정될 차세대 사양이 휴대기기기 분야에 대한 재도전인 셈이다. HDMI 진영은 초슬림형 휴대폰에도 탑재가 가능한 초소형 커넥터 사양을 준비하는 등 휴대기기 시장 재공략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양자택일의 숙명

8년 만에 발표되는 버전 업 사양인 'USB 3.0' 역시 휴대기기 분야는 양보할 수 없는 매우 중요한 시장이다. 전기공급 기능을 무기로 개척해 온 휴대기기 시장에 새롭게 USB 3.0을 투입함으로써 이 시장에서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겠다는 게 USB 진영의 의도이다. 휴대기기 탑재를 염두에 두고 새롭게 저전력 모드를 추가한 것은 그러한 의도를 여실히 드러낸다.

하지만 여기에는 큰 문제가 있다. 휴대기기의 경우, 모든 인터페이스를 다 지원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PC나 가정용 AV 기기와 달리, 휴대기기는 실장 면적과 디자인 면에서 크게 제약을 받는다. 이 때문에 USB 3.0과 차세대 HDMI가 모두 탑재되는 휴대기기는 극히 일부 기종에 한정될 뿐, 대부분은 둘 중 어느 하나만을 채택할 것이다.

그것이 과연 USB 3.0이 될까, 아니면 차세대 HDMI가 될까? 지금까지 수많은 플랫폼에서 반복되어 온 적자생존의 전쟁이 지금 손바닥 위에서 다시 재현되려 하고 있다.

PC와 AV 기기에도 파급

이러한 격전 양상이 비단 휴대기기 분야에서만 국한되어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이는 PC와 가정용 AV 기기를 향한 미래 인터페이스 경쟁에도 크게 영향을 미칠 것 같다. 이유는 USB 3.0의 최대 전송 속도가 5Gbps로 고속이라는 점 때문이다(그림 3). 5Gbps 정도의 속도라면 1080p의 HD 동영상을 압축하지 않은 상태로도 충분히 전송할 수 있다. 즉, HDMI의 독무대였던 HD 동영상 스트림 전송 용도를 USB 3.0으로 대체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이미 현재의 USB 2.0을 영상출력 단자로 이용하는 사례가 있다. 미국의 디스플레이링크(DisplayLink)는 USB 2.0 버전 하에서 영상 전송이 가능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몇몇 노트북 모니터에는 채택이 끝난 상태다.

USB 3.0이 실현되면 "HD PC와 동영상의 비압축 전송을 구현할 수 있을 것" 이라고 디스플레이링크의 마케팅 담당자는 자신했다. USB 3.0용 IP 코어를 개발하고 있는 미국의 시놉시스(Synopsys)도 USB 3.0을 이용한 HD 동영상의 전송 시스템을 시험 개발 중이다.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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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1) 그 밖에 USB와 HDMI는 커넥터의 크기도 거의 동일하다. 차세대 HDMI에 새로 도입될 소형 커넥터 사양인 '타입 D'(가칭)의 크기는 마이크로USB 정도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USB 3.0의 사양을 작성한 USB-IF(USB Implementers Forum)는 이보다 한 단계 높은 고속 사양을 마련할 계획이다.

USB-IF 관계자에 따르면, 그 전송 속도는 '10G~20Gbps'가 될 전망이다. 이를 통해 USB는 HD 동영상 스트림을 복수로 전송할 수 있을 정도의 전송 능력을 확보하게 된다. 이렇게 전송 속도를 높이는 것만 봐도 PC와 휴대기기뿐만 아니라 가정용 AV 기기로까지 탑재 기종을 확장하려는 USB 진영의 의도를 엿볼 수 있다.

휴대기기 분야에서 차세대 HDMI와 USB 3.0 간 승부의 결과는 미래의 인터페이스 세력 판도를 크게 좌우할 것이다. 이 때문에 많은 전자기기 제조업체들이 이 두 사양의 내용과 그 채용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USB; 고급형 휴대폰부터

2009년부터 2010년까지 속속 등장할 예정인 USB 3.0과 차세대 HDMI가 휴대기기 시장에서 어떠한 시나리오대로 보급되어 나갈 것인지 예상해 보자.

우선 USB 3.0은 휴대기기 중에서도 고급형 기종을 중심으로 현재의 USB 2.0을 대체하는 형태로 서서히 침투해 갈 것이다. 한 커넥터 제조업체 관계자는 "해외의 주요 휴대폰 메이커는 향후 USB를 휴대폰용 인터페이스의 표준 사양으로 장착할 방침인 것으로 알고 있다. 작은 단자 1개로 데이터 전송과 2차 전지 충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마이크로USB 이외의 단자를 사용하는 것은 일본용 단말기 정도뿐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USB 3.0의 트랜시버IC 가격이 떨어지면 향후에는 보급형 기종에도 채택될 것이다. USB 3.0을 지원하는 LSI(호스트 컨트롤러)는 2009년 여름쯤에 샘플이 출하될 전망이다(그림 4). USB 3.0을 지원하는 LSI 가격은 발매 후 3년만 지나면 현재의 USB 2.0과 비슷한 가격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와 있다.

예를 들어 USB 3.0과 SATA를 연결하는 브릿지 LSI의 경우 "제품화 초기에는 USB 2.0과 SATA를 연결하는 브릿지 LSI 가격의 4~5배 정도이다. 그러나 3년 후에는 지금과 비슷한 약 50센트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미국 심웨이브(Symwave)의 마케팅 담당자는 전망했다.

HDMI의 내구성 문제

한편, 차세대 HDMI가 휴대폰에 탑재되려면 몇 가지 과제들이 해결돼야 한다. 대표적인 과제가 내구성과 실장 면적이다.

우선 내구성 문제란 휴대폰에서는 요구되는 핫 스왑(Hot Swap) 회수가 많다는 것이다. 일례로 USB의 휴대기기용 사양인 마이크로USB는 표준 USB 사양보다 내구성이 향상됐다. 예컨대 USB 3.0의 핫 스왑 회수는 표준 USB 사양에서는 1천5백회 이상이지만 마이크로USB 사양은 1만 회 이상에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되고 있다. 만약 HDMI가 휴대폰에 탑재되려면 적어도 마이크로USB처럼 1만 회 이상의 핫 스왑이 가능한 내구성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마이크로USB 정도로 크기가 작으면서, 19개의 많은 단자 수를 지닌 차세대 HDMI로는 1만 회 이상의 내구성을 확보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커넥터 제조업체 관계자는 지적했다.

또 다른 문제점으로 거론되는 실장 면적과 관련한 과제는 현재 휴대폰 설계의 경우 슬림화와 실장 부품의 고집적화가 진행되고 있어 새로운 인터페이스를 위한 보드 공간 확보가 지극히 어렵다는 것이다. HDMI를 주도하고 있는 한 업체의 임원은 "휴대폰에 새로이 차세대 HDMI를 탑재할 여유가 없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 때문에 HDMI를 휴대폰에 탑재하기 위해 다른 방법을 찾아내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HDMI; 휴대형 AV 기기부터 공략

그렇다면 차세대 HDMI는 어떤 휴대기기에서부터 채택되기 시작할까? 가장 유력한 제품은 디지털 카메라와 캠코더 같은 휴대형 AV 기기이다. 이미 일부 디지털 카메라 모델 중에는 USB와 HDMI 단자가 함께 장착되어 있는 기종이 등장한 상태이다. 차세대 HDMI의 등장으로 향후에는 이 같은 기종이 보다 소형의 디지털카메라 분야에서도 출현할 것이다. 주요 AV 기기 제조업체의 엔지니어는 "차세대 HDMI는 2009년 봄에 디지털 카메라 시제품에 탑재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HDMI를 휴대형 AV 기기에 장착하고자 하는 이유 중 하나로 HDMI의 CEC (Consumer Electronics Control) 기능을 꼽을 수 있다. 이 기능을 활용하면 TV와 광 디스크드라이브 등 다른 가정용 AV 기기와의 연결이 쉽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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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C(Consumer Electronics Control) : HDMI로 연결된 기기를 상호 동작시키는 제어 기술. 일례로, CEC 기능을 사용하면 TV 리모콘으로 DVD 리코더를 제어할 수 있다.

아직까지는 CEC 기능이 동일한 제조업체의 제품 사이에서만 이용될 수 있다는 제약이 있다. 몇몇 AV 기기 제조업체가 '××링크'라는 독자적인 명칭을 부여하고 있는 제품들이 바로 그러한 것들이다. 이러한 업체들은 이 CEC 기능을 소비자가 자사의 AV 기기를 구매하도록 하기 위한 유인책으로 활용하고 있다. 휴대기기에 차세대 HDMI가 탑재되면 이러한 전략을 이어가기가 보다 쉬워질 것이다.

휴대기기의 설계가 바뀐다

USB 3.0이든 혹은 차세대 HDMI든 어찌 됐든 휴대기기에 Gbps급의 고속 인터페이스가 탑재될 것만큼은 확실하다. 이는 휴대기기의 설계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이다.

우선 생각할 수 있는 것이 휴대기기의 내부 배선과 기타 외부 인터페이스 전반에 걸친 데이터 전송 속도의 고속화를 들 수 있다. USB 3.0과 차세대 HDMI를 채택할 때 주요한 병목 지점이 바로 시스템 곳곳에서의 낮은 데이터 전송 속도이기 때문이다.

메모리 카드 쪽에서는 이미 그러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일례로 SD 메모리 카드는 최대 데이터 전송 속도를 현재 사양의 12배에 상응하는 300Mbps로 고속화를 꾀하고 있다. JEDEC가 규격화를 추진하고 있는 'UFS(Universal Flash Storage)'의 경우는 최대 전송 속도가 무려 3Gbps에 달한다.주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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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2) 메모리 카드의 데이터 전송 속도가 점점 더 고속화함에 따라 외부 인터페이스를 사용하지 않고도 HD 동영상 데이터를 간편하게 전송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메모리 카드 슬롯을 탑재한 TV와 광 디스크드라이브 등의 기기가 늘어나고 있다. 메모리 카드의 용량도 기가바이트급 이상이다. 그렇다면 HD 동영상 컨텐츠를 메모리 카드에 저장해 두었다가 휴대기기로 주고 받는 편이 보다 현실적일 것이다. 별도의 커넥터나 케이블이 필요치 않기 때문이다"(앞서 언급한 HDMI를 주도하는 제조업체의 임원)라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내부 배선의 고속화에 대한 요구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예컨대 폴더형 휴대폰의 LCD 패널과 메인 보드를 연결하는 배선에 한결 고속화된 방법을 채택하는 식이다. 광 도파로와 광섬유를 본체 내부 배선에 이용하는 '광 배선' 등도 실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엔지니어들이 많은 관심을 나타내는 부분은 고속화에 따른 잡음과 열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고속 인터페이스의 EMI 대책을 연구하는 엔지니어들은 "전혀 새로운 접근법이 시도되어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가령 USB 3.0을 이용하는 경우에는 컷오프 주파수가 높은 공통모드 필터가 새로 2개가 더 필요하다. 이러한 주변기기 시장에 대한 기대도 나날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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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www.nekorea.co.kr/article_view.asp?seno=5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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