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8월 8일 금요일

대중음악 100대 명반

 
[커버스토리]대중음악 반세기 '최우수 아티스트·앨범' 평가

'롤링스톤지가 뽑은 1980년대 최우수 앨범 100' '타임지가 뽑은 70년대 최우수 록 앨범' '크림지 기고가들이 뽑은 최우수 록 앨범' 'NME 선정 최우수 록 앨범 100'과 같은 매체에서 기획하는 '명반선정 특집'들은 내게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10, 20대 당시 가열차게 혁신적인 뮤지션과 감동적인 음반들을 찾아 헤맬 때, 게다가 지금과 같이 인터넷에서 폭넓게 정보를 찾을 수 없었던 때에는 음악전문매체에서 음악평론가들이 중심이 되어서 진행하는 '명반선정 특집'은 가뭄의 단비와 같은 존재였다. 그래서 이를 따로 복사해서 가지고 다니면서 음반을 살 정도로 소중하게 생각했고, 아마 동세대 음반 컬렉터들은 비슷한 경험을 공유하고 있을 것이라고 여긴다.

김민기
내가 그렇게 그 명반 리스트들을 애지중지 다뤘던 이유는 아주 '실용적인 이유'에 근거한다. 다양한 장르의 내가 미처 경험해보지 못한 아티스트들의 음반까지 섭렵하고 싶은 욕구 때문에 들어본 적 없는 음반들도 사려다 보면 누군가의 조언이 필요했다. 또한 현실적으로 정해진 용돈 내에서 음반을 사려다보니 믿을 만한 음악 전문 매체와 평론가들의 추천에 기대는 방법을 택하게 됐다. 이는 감으로만 음반을 샀다가 낭패를 보는 일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이기도 했지만, 그들이 추천하는 '대중음악의 보고'에 대개 만족지수가 높았음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20대 후반, 직장을 다니면서부터는 명반 리스트를 가지고 다니는 일이 없어졌지만, 해외 매체에서 그런 특집을 하면 아직도 집중해서 훑어보는 버릇은 여전하다.

한대수
영미권이나 일본의 매체에서는 '명반선정 특집'을 많은 매체에서 정말로 다양한 방법으로 지속적으로 하는데,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음악 마니아들이 그 특집 때문에 잡지를 사서 본다는 점이고, 또 하나는 음악 마니아들에게 음반구매 욕구를 자극해서 음악산업을 키우려는 의도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음악 마니아들은 '명반선정 특집'과 같은 기사는 절대로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하다못해 평소에 음악에 관심이 적은 사람들조차도 이때만큼은 보게 마련이다. 왜냐 하면 자신의 음악적 기호와 지식이 자신이 속해 있는 사회 동아리에서 어느 정도 위치에 있는지 확인해보고 싶은 욕구 때문이다.

"음악에 서열을 매긴다"고 이런 방식의 기획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런 사람들조차 호기심에 '명반선정 특집'을 보게 마련이고 그래서 해외 음악매체에서는 수십 년 동안 이런 기획을 줄기차게 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음악 마니아들에게 이런 기획은 '크리스마스 선물'과 비슷하다고 여겨진다. 엄밀히 말해서 음악매체의 비즈니스 산물이라고 하더라도 거기에 염증을 느껴본 적은 없는데, 내 경험상 청년 음악 마니아들에게 실제적인 도움을 주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산울림
그런데 왜 한국의 매체에서는 '한국대중음악을 대상'으로 음악관계자들이 참여하는 방식의 '명반선정 작업'이 이다지도 드물고 낯설까?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이번에 경향신문의 도움과 지면을 빌려서 문화기획·대중음악 전문매체 '가슴네트워크(gaseum.co.kr)'가 기획·진행하는 '가슴네트워크 선정 한국대중음악 100대 명반' 특집은 공식 매체에서는 두 번째 작업으로 알고 있다.

이전에 내가 편집장으로 있었던 대중음악전문지 서브(SUB)의 1998년 12월호에서 '한국대중음악사 100대 명반' 선정 작업을 처음으로 한 이래 물경 9년 만이다. 당시 총 21명의 음악 관계자들이 참여하여 의미 있는 결과를 얻어냈고, 이는 한국대중음악을 '앨범과 작가 중심'으로 훑은 첫번째 작업이 아닌가 한다. 이 자료는 후에 본인의 책인 '이 땅에서 음악을 한다는 것은'(1999)의 부록에도 실렸고, 본문보다도 부록이 더 많이 회자되는 특이한 경우로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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