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2월 25일 수요일

[리뷰] 균형감의 전자사전, 샤프 RD-EM1

2009년 새해의 멋진 계획들은 세우셨는지? 본 블로거 역시 신년의 계획을 세웠다. 그 중 하나는 대학 졸업 후 완전 손을 놓았던 어학공부. 계획에 대한 실천을 공고히 하는 의미에서 큰 맘먹고 전자사전을 구비 – 내 돈주고 산 전자사전이 아까워서라도 열심히 공부하게 될 것이라는 알량한 희망에 기대 - 하려 했다. 하지만 정말 많은 전자사전 브랜드가 존재한다. 이런 브랜드 사이에서 어떤 모델을 선택해야 하는지 판단의 기준이 서지 않을 정도다.

첫 번째 고민은 부가기능이 전혀 없는 의미 그대로의 전자사전이냐, 동영상과 음악 재생 기능을 가진 다기능 전자사전이냐였다. 개인적으로 과거의 어학 학습 방식의 업그레이드 – 종이사전을 전자사전으로 대치하는 – 보다는 다양한 멀티미디어를 이용한 학습이 더 효과적일 거란 판단으로 멀티미디어 학습이 가능한 전자사전을 찾아보았다. 하지만 고민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문제는 사전 콘텐츠의 개수. 일단 하는 일이 일이다 보니 국어사전도 필요하고, 목표로 하는 어학 분야가 영어다 보니 이 역시도 중요하다. 중국어와 일어도 필요하게 되지 않을까란 생각도 들었고, 목표로 하는 멀티미디어 활용 학습의 중요한 요소인 ‘무료 동영상 콘텐츠’에 대한 부분까지 고려하다 보니 선택은 아래와 같은 모델이 되었다.

사진 속의 제품은 샤프의 RD-EM1. 본 블로거의 기억 속에는 전자사전의 멀티미디어화를 시작한 전자사전 제조사에 샤프의 이름도 있었다. 초기 멀티미디어화 이후 PMP에 버금가는 성능의 제품들이 속속 등장하던 시기에 샤프도 다양한 제품을 출시했다.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이 제품의 가장 큰 장점은 배터리를 포함해도 260g에 불과한 무게와 터치스크린의 장점을 돋보이게 하는 UI다. 본 블로거의 가방에는 언제나 넷북과 작은 콤팩트 디카, 다이어리, 출퇴근 시에 읽을 시사주간지나 남성잡지(이 잡지 무게도 무시할 수 없다)나 책 등으로 가방의 무게가 상당한 상황. 여기에 전자사전까지 무게를 더한다면 정말 힘든 일이다. RD-M1은 하드디스크 대신 플래시메모리를 탑재한 제품이기에 용량 문제는 있지만, 마이크로 SD를 지원(최대 16GB)한다. 물론, 멀티미디어 기기가 주된 용도라면 분명 작은 용량이겠지만, ‘어디까지나 전자사전’임을 생각하면 큰 불만 요소는 아니다.

위 이미지는 터치스크린이기에 가능한 메인 화면. 화면의 아이콘을 더블클릭 하면 해당 기능이 실행된다. 이런 형태의 UI는 지금까지도 많이 있었으니 그리 신기한 것은 아닐 것이다. 오른쪽 측면에 스타일러스 펜이 있지만, 손가락으로 조작해도 큰 무리 없을 정도로 큼직한 아이콘과 오른쪽 위의 종료 버튼이 있다. 또한 위 이미지처럼 CD이미지에 손가락을 대고 DJ가 스크래칭 하듯 움직이면, 콘텐츠의 이전 / 이후로 이동할 수 있다. 물론 화살표 버튼을 사용해도 되지만, 이 보다 훨씬 민감하게 1초 단위로 움직이기 때문에 편리하다. 이런 부분이 바로 개발자의 센스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그리고 제품 여기저기에 이런 센스들이 숨어 있다. 특히 종료버튼의 경우, 사이즈와 위치에 따라 손가락으로 누르기 힘든 제품도 있는 것을 감안하면 RD-EM1은 이런 세부적인 부분까지 고민한 UI라 할 수 있다.

RD-EM1의 디자인은 블랙과 화이트의 조화. 아무래도 동영상과 어학 관련 콘텐츠를 볼 때 검은색 베젤은 시각적인 도움을 준다. 키보드 부분과 뒷면은 흰색. 다행히 때가 잘 타는 재질은 아니다. 다만 키보드의 모자이크와 같은 색상배열의 의도가 다소 애매하다. 전자사전의 크기적 특성상 한 개의 키는 두 가지 이상의 역할을 담당해야 하기 때문에 키 위에는 복잡하게 글자가 인쇄될 수 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2가지 색상을 가진 키보드의 첫인상은 다소 복잡해 보인다. 측면이 아닌 키보드 위쪽에 전원 스위치를 올려 놓은 것과 그 옆에 볼륨 키가 있다는 점 역시 UI만큼 센스 있는 설정. 다만, 가운데를 누르면 음소거로 작동한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LCD는 4.3인치의 480*272 해상도로, 스펙상의 재생시간은 동영상 약 6시간(LCD On, 밝기3, 이어폰사용, Vol중간), DMB 약5시간(LCD On, 밝기3, 채널고정, 이어폰사용, Vol중간), MP3 : 약10시간30분 (LCD Off, 이어폰사용, Vol중간), 사전 약7시간 (LCD On, 밝기3, 이어폰사용, Vol중간)이다. 이 정도면 준수한 성능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RD-EM1에 수록된 어학관련 콘텐츠는 무려 128개나 된다. 이 중 국어사전이 9개, 영어사전은 옥스포드를 포함한 14권, 일어사전 6개, 중국어 사전은 고려대학교 민족문화 연구원 시리즈를 포함해 10개다. 검색을 해보니 옥스포드와 고려대 민족문화 연구원 시리즈는 영어와 중국어 공부를 하는 사람들이 꽤나 선호하는 콘텐츠라고(수록 콘텐츠에 대한 상세 내용은 이곳으로)

사전 검색은 통합검색과 레퍼런스 검색과 ASJ검색 등이 가능하다. 레퍼런스 검색은 하나가 아닌 두 개의 사전에서 단어의 뜻을 찾아주는 확장형 검색이고 ASJ는 동사의 기본형을 몰라도 더블클릭 등의 선택을 통해 기본형 단어를 자동으로 보여주는 검색 기능이다. 발음지원은 기본적으로 텍스트를 읽어주는 TTS(국어, 영어, 일본어, 중국어)와 함께 원어민 성우가 녹음한 발음(영한사전 61000단어, 일한사전 1만 단어, 중국어 3만 6천 단어, 영어/일어/중국어 회화문장 3천개)을 지원한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영어/중국어 원어민 발음은 기본으로 지원해도, 일어까지 지원하는 전자사전은 흔치 않았는데 이제는 기본이 되었다.

자. 이제 많은 분들이 궁금해할 동영상 재생성능. 일단 avi와 자막 파일인 smi는 변환의 과정 없이 각각의 파일을 넣어도 잘 재생된다. 재생해 본 가장 고화질의 동영상은 704*396(H.264)로 이 정도 동영상이라면 대략 3~5분 정도에 한번씩 짧은 끊김이 발생하지만, 싱크가 완전히 틀어져 내용을 알 수 없을 정도는 아니다. 매니저 프로그램을 통해 변환된 동영상이라면 재생에 전혀 문제가 없다. 매니저 프로그램은 SMI와 같은 자막 파일도 함께 인코딩 시켜준다. RD-EM1은 최근 나온 고음질의 음악/영상 파일을 제외하면 어지간한 파일은 모두 지원한다(지원 파일 정보는 이곳으로).

사실 ‘전자사전의 동영상 재생 수준은 PMP와 동일해야 한다’는 것과 ‘PMP는 PC의 재생수준과 동일해야 한다’는 의견이나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 전자사전/PMP의 경우는 제조 목적이 원래 다른 제품이기 때문이며, PMP/PC에 대해서는 액정의 크기 때문이다. 4.8인치 혹은 4인치의 화면에 대체 800*600 사이즈의 동영상을 재생시키는 이유는 무엇 때문인가. 이것은 경차에게 스포츠카 수준의 주행성능을 바라는 것과 비슷한 일이다. 물론, 이 역할에 대한 평가의 기준이 제 각각이기에 제조사들 역시 동영상 재생 수준에 집착하고, 이런 현상은 제품군의 가격을 동반 상승시키는 악행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RD-EM1의 매니저 프로그램을 이용하지 않고, 이동식 디스크로 인식시킨 후 동영상과 음악파일을 이동시킨 경우, 음악은 폴더 정보를 인식하지 못하고, 동영상은 비디오 플레이어 리스트에 나오지 않아 파일매니저에서 해당 파일을 찾아 재생시켜야 한다. 이런 설정에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라면 차후 펌웨어에서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다. 두 가지 기능을 동시에 사용하는 멀티태스킹의 경우는 동영상+사전검색, 오디오(MP3, FM라디오, 오디오북)관련 기능 + 사전검색, ebook, 노트, 포토앨범, Mybox의 조합이 가능하며, 각각의 조합에서 소리가 끊기거나 멈춤 현상은 발생하지 않았다.

RD-EM1은 화면 전체로 스타일러스 펜 인식이 가능하다. 사실, 이런 방식이 편하기는 하지만 인식율이 떨어진다면 이것보다 열 받는 일도 없을 것이다. RD-EM1의 인식율은 상당히 좋은 편이다. 글자의 모양이 매우 복잡해 인식시키기 상당히 어려운 글자인 ‘聲(소리 성)’도 큰 넉넉한 화면에 써주면 잘 인식된다. 한글과 영어, 중국어(간체, 번체), 일본어(히라가나, 가타카나, 한자)와 숫자, 특수기호 등을 입력할 수 있다.

RD-EM1의 지상파 DMB의 인식율 역시 준수하다. 본 블로거의 출퇴근 코스는 서울-수원이기에 고속도로 중간의 음영구역은 어쩔 수 없지만, 이 구역을 벗어나면 수신에 큰 문제는 없다. 채널 변경은 화면을 터치해주고, 오른쪽이나 왼쪽 방향 표시를 눌러주면 다음 / 이전 채널로 움직인다. 특히 시청중인 방송의 녹화기능은 상당히 유용하다.

오랫동안 충분히 제품을 사용해 본 것이 아니기에 발견된 장점과 단점은 이 정도다. 지속적으로 제품을 사용하다 보면 장점과 단점은 끊임없이 이어질 것이지만, RD-EM1은 현재의 수준으로도 상당한 완성도를 가진 제품이라 할 수 있다. 어느 제품군이나 마찬가지지만,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기능이나 스펙이 있을 것이고, 그에 가장 가까운 제품을 선택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사용자들은 모든 측면에서 균형을 가진 제품을 원하는 경우도 있다. 샤프의 RD-EM1은 이런 사람에게 잘 어울린다. 수록된 전자사전의 콘텐츠, 파일 재생 기능, 크기와 무게 등 다양한 측면에서 적절한 균형감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질러도 후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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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bikblog.egloos.com/1859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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