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월 13일 화요일

무선통신 기반 스마트 미터, 전력사용은 '다운' 검침효율은 '업'

가정이나 사무실의 한쪽 구석에 설치되어 있는 전기 계량기의 기능이 향후 몇 년 사이에 크게 바뀔 것으로 보인다. 최근 들어 유럽의 전기 사업자들 사이에서는 전기 계량기에 무선통신 기능과 가정 내 전기기기의 제어 기능을 탑재하여 에너지 사용의 모니터링 및 제어에 이용하려는 시도가 활발해지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이 세계적으로 확산된다면 트랜시버 IC 등의 새로운 거대 시장이 창출될 수 있을 뿐 아니라 가전제품의 네트워크화도 더욱 탄력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NE-Korea

2008년 10월 초, 캐나다 밴쿠버에서는 한 무선네트워크 기술단체의 내부 회의가 열렸다. 4개월에 한 번씩 열리는 이 회의에는 전세계 무선 분야 전문가들이 참석하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데, 지난 10월 개최된 회의에서는 새로운 변화의 움직임이 나타났다.

그 동안의 회의와 달리 PG&E(Pacific Gas and Electric)와 SCE(Southern California Edison)라는 미국 대형 전기사업체의 담당자가 대거 참석했기 때문이다.주 1) 회의에 참석한 무선통신 IC 업체의 한 마케팅 담당자는 "특히 캘리포니아주의 전기 사업자 관계자들이 많이 참석했다. 분명히 이전 회의들과는 분위기가 확연하게 달랐다"고 전했다. 미국의 전기사업체 담당자가 무선통신기술 행사에 참석한 데에는 다음과 같은 이유가 있다.

현재 미국의 전기 사업자들은 전기 계량기의 무선화 작업을 앞 다투어 추진하고 있다. 게다가 이는 원격지의 전기 계량기 집계치를 휴대폰 망을 이용하여 검침하는 기존의 '광역형 무선' 기능이 아니라, 수 십 미터에서 1백 미터 정도의 근거리 무선 기능을 전기 계량기에 적용하려고 하는 것이다(그림 1).

전기 사업자들이 이처럼 전기 계량기에 근거리 무선통신 기술을 접목하여 연결하고자 하는 기기들은 어떤 것들일까? 바로 에어컨, 조명기기, 온도계, 보안기기 등 가정과 사업장 내의 시설계통 기기들이다. 이 모든 기기들을 전기 계량기 기반의 네트워크를 통해 모니터링하고 제어하려는 것인데, 이렇게 하면 가정과 사무실 등에 소규모 무선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게 된다.

전기 사업자들은 이 같은 다기능 계량기를 포함한 시스템을 'AMI(Advanced Metering Infrastructure)' 또는 '스마트 미터(Smart Meter)'라고 부른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는 향후 약 2천5백만 대의 전기 계량기를 AMI 대응형으로 바꿀 예정이다.

전력 수요 피크의 분산

이처럼 전기 계량기와 가정 내의 설비 기기를 무선으로 연결하려는 것은 기기들의 에너지 이용량을 관리하기 위해서다. 먼저 가정 내 에너지 이용 상황을 '가시화'하여 사용자에게 제시함으로써 에너지 절감을 유도한다. 향후에는 전기 사업자가 네트워크 제어로 에어컨의 온도 설정을 변경하는 이른바 'DSM (Demand Side Management)' 분야까지 활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의 전기 사업자들은 지구 온난화의 원인으로 꼽히는 온실가스 배출량과 관련하여 연방정부로부터 혹독하다 싶을 정도로 감축 요구를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온실가스를 대규모로 방출하는 화력발전소 등의 가동을 억제하기 위해 전력 피크치를 줄이는 노력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전력 피크치를 줄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것이 바로 '수요 제어'이다. 전기 사업자는 이미 시간대 별로 상이한 전기요금을 책정하여 전력수요를 낮 시간에서 야간으로 이동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낮 시간의 전기요금은 높게 책정하고 야간의 요금을 낮게 책정하여 사용자들로부터 자발적인 사용 시간 변화를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스마트 미터는 이처럼 수요를 제어할 수 있는 유력한 수단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스마트 미터가 수집한 정보를 사용하여 가정 내 개별 기기의 전기 사용량을 소비자에게 알려주는 것이다. 다시 말해 '매달 나오는 전기요금이 줄었으면 좋겠다'는 사용자의 욕구를 환기시켜준다면 전력 피크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다. 또한 가정의 사용자들에게 에너지 이용과 관련한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사용자 확보의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전기 서비스의 민영화가 진척되어 있는 미국에서는 전기 사업자들간의 경쟁이 매우 치열하기 때문에 새로운 서비스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사업자들이 많다.

전용 네트워크 표준 등장

향후에는 낮 시간대 등 전력 사용 피크 시간에 전기 사업자가 원격으로 가정 내의 기기들을 온/오프하고 전기 수요량을 제한하는 등의 기능 실현도 염두에 두고 있다. 향후에는 전기 사업자의 원격 제어를 받는 사용자에게 전기요금을 감면해 주는 등의 조치로 이용 범위를 넓혀갈 계획이다. 주 2)

이러한 애플리케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의 전기 사업자들은 이미 2008년 상반기에 가정 내 전기기기를 전기 계량기를 통해 제어하기 위한 표준사양 'OpenHAN(Open Home Area Network)'을 책정했다. OpenHAN은 다양한 네트워크 기술을 물리층에 이용할 수 있으며, 가정 내의 설비계통 기기를 제어하는 애플리케이션 소프트웨어를 실행하는 API도 규정했다. OpenHAN 표준 설립을 주도하고 있는 업체들이 바로 PG&E와 SCE, 아메리칸 일렉트릭 파워(American Electric Power), 디트로이트 에디슨(Detroit Edison) 등 미국의 대형 전기 사업자들이다.

OpenHAN 사양의 전기 계량기는 환경 선진지역인 캘리포니아주 사업자들부터 우선적으로 도입해 나갈 예정이다. PG&E는 약 1천5백만 대, SCE는 약 5백만 대를 2009년부터 순차적으로 도입한다(그림 2).

캘리포니아주의 이 같은 노력은 미국 전역의 사업자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다. 북미 전기 사업체의 한 관계자는 "현재 북미의 모든 전기 사업자들이 캘리포니아주를 주목하고 있다. 성과가 확인되면 미국 전역의 다른 주에서도 즉각 도입이 시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경우 북미에만 1억 대 이상의 전기 계량기가 다기능형 제품으로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새로운 가정용 네트워크

스마트 미터를 활용하여 전자기기를 제어할 경우, 전기 사업자의 총발전량을 과연 어느 정도나 감축할 수 있을 지는 아직까지 미지수이다. 또한 온실가스 감축 효과에 대해서는 발전량뿐만 아니라 여러 요소를 고려할 필요가 있으며 실제 효과를 측정하는 일도 쉽지 않다. 하지만 이러한 일련의 움직임 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스마트 미터라는 인프라의 정비로 가정에 새로운 네트워크 파이프가 등장하게 된다는 점이다.

전기 사업자들은 현재 사용되고 있는 전기 계량기의 교체 시기에 맞추어 OpenHAN 표준에 부합하는 다기능형 계량기를 도입할 것이다. 계량기 교체에 따른 사용자의 비용 부담은 발생하지 않는다. 따라서 속도는 매우 느리지만 확실한 형태로 네트워크 제어 기능을 탑재한 전기 계량기가 가정에 보급되어 가는 셈이다(그림 3).

에어컨과 조명기기, 보안기기, 백색가전 등의 개발 제조업체들은 이러한 인프라를 피해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OpenHAN 사양 준수'라는 식으로 기기의 부가가치에 포함시킬 수도 있으며, 북미에서 보급이 가속화될 경우 백색가전 등에는 필수 기능이 될 가능성도
있다.

이 네트워크 파이프는 전기 사업자 이외의 업체에도 개방될 전망이다. 전기 사업자들은 다양한 네트워크 서비스 업체가 새로운 가정용 서비스를 시작해 주길 기대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가정 내 기기의 원격제어 서비스와 보안 서비스 등을 들 수 있다. 이러한 서비스의 이용이 확산되면 전기 사업자는 네트워크 인프라 제공자로서의 수익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신규 서비스 시장 창출

미국에서는 이 같은 인프라 활용을 전제로 한 서비스 회사가 이미 몇 개 설립되었다. 그 중에서 주목 받는 회사가 바로 그린박스 테크놀로지(Greenbox Technology)다. 이 회사는 웹 컨텐츠 제작 툴 분야에서 업계 표준인 '플래시(Flash)'를 개발한 엔지니어들이 캘리포니아에서 창업한 벤처기업이다.

그린박스 테크놀로지는 가정 내 사용자들을 위한 웹 기반 에너지 관리 시스템을 제공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가정 내 여러 기기들의 전력이용 현황을 그래프로 작성하여, 각 기기별 전력요금을 웹 화면에 실시간으로 표시할 수 있다. 또한 이 시스템을 사용하면 '에어컨의 온도를 2도 높게 설정해 두면 미국 달러로 매달 얼마씩을 절약할 수 있는가'와 같은 계산도 가능하다고 한다. 이외에도 전력 사용량을 바탕으로 환산한 온실가스 배출량, 주변지역의 평균 전력사용량과 사용자 가정의 사용량 등을 비교할 수도 있다.

그린박스 테크놀로지는 하나의 예에 불과하다. 앞으로는 전기 계량기 및 가전제품의 네트워크를 이용하여 새로운 서비스를 제안하는 기업이 더 많이 등장할 것이다. 가정용 설비와 백색 가전을 둘러싼 새로운 사업 모델이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

백색가전도 점차 연계

지금까지 가정 내의 기기간 네트워크라고 하면 음악 및 동영상의 콘텐츠 송수신이 중심이었으며, 대상 기기도 AV 기기가 유일했다. 그러나 스마트 미터가 네트워크화 되면 에어컨과 냉장고 등 지금까지 가정 내의 네트워크 추세에서 외면당해온 백색가전이 중심이 될 것이다. 백색가전의 네트워크화에 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회의를 품고 있지만, 스마트 미터의 등장으로 인해 현실성이 부쩍 높아지게 될 것이다. 일례로 '외출 중에도 냉장고 속 상황을 알고 싶다'거나 '끄지 않은 조명기구 전원을 휴대폰 조작을 통해 끄고 싶다'는 식의 바람이 스마트폰을 통해 실현될 수 있다.

가전제품과 전기 계량기를 무선으로 접속하기 위해서는 무선 트랜시버 IC가 필요하다. 그 시장은 '전기 계량기의 수×N'이 될 것이다. 에어컨과 냉장고, 각종 센서, 조명기구에까지 다 부착되어야 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 시장 규모는 실로 어마어마할 것이다. 무선통신 IC 제조업체의 엔지니어는 "미국만 해도 10억 개 이상의 무선 IC 시장이 탄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그림 4).

세계적인 움직임

무선기능을 부가함으로써 계량기를 다기능화 하려는 움직임은 미국뿐 아니라 다른 국가에서도 일고 있다. 미국에서 적용되는 수준만큼은 아니지만, 광역무선 접속기능을 도입하여 원격으로 계량기를 검침할 수 있는 기능에 대한 요구는 이미 전세계적으로 커진 상황이다.

유럽에도 이미 원격 자동검침 기능을 이용하기 위한 작업을 추진 중인 나라들이 많다. 계량기 검침의 효율화를 위해서다.

파나소닉 홈어플라이언스의 정보디바이스 사업부 사업추진그룹 상품기획팀의 니시이 모토카즈(Nishii Motokazu) 팀장은 "보급은 미국에서 진척되고 있지만 유럽 지역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으며 그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면서, "유럽과 중국, 호주 등에서는 AMI와 관련한 이벤트가 활발히 개최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일본에서도 무선 전기 계량기를 위한 적극적인 움직임을 볼 수 있다. 지난해 9월 간사이 전력(Kansai Electric Power)이 관내 1천2백만대에 이르는 전기 계량기를 무선기능을 탑재한 다기능형으로 순차적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계량기 집계 정보의 원격 자동 검침뿐만 아니라 가전기기의 에너지 이용률을 집계하여 사용자에게 에너지 이용 컨설팅 서비스도 제공할 계획이다. 일본 내의 전기 사업자가 이 같은 수준의 다기능형 계량기 도입 의사를 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의 움직임

전기 계량기에 가정 내 전기기기의 제어기능을 탑재하여 DSM에 활용하려는 시도는 일본에서도 예전부터 있었다. 예를 들어 시코쿠 전력이 1990년대 후반부터 추진해 왔던 'Openplan-ET' 구상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 외에 '에코넷 규격' 등의 사양이 가전업체를 중심으로 마련되어 있다. 그러나 이들 중 어떤 것도 그리 널리 이용되지는 못했다. 시스템 도입 시의 비용 부담 등의 과제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경험 때문에 미국을 중심으로 한 스마트 미터의 성공적인 도입에 대해 의문을 품기란 아직 이르다. 미국의 전기 사업자는 온실가스 감축의무와 관련하여 심한 압력을 받고 있는데다 사업자간 서비스 경쟁도 치열하다. 일본에서 도입이 원활하지 못하다고 해서 보급되지 않을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오히려 미국에서는 놀랄 만큼 빠른 속도로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스마트 미터를 활용한 에너지 제어 시스템이라는 새로운 시장이 전세계적인 규모로 형성되려 하고 있는데 미적미적하다 시장을 빼앗겨 버리지 않으려면 설비 기기 및 백색가전 제조업체들은 이러한 시장의 움직임에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전용 프로파일 준비

다기능 스마트 미터의 기능과 적용 방향은 도입 국가와 지역의 상황에 따라 크게 다르다. 따라서 활용 기술과 전기 사업자의 방식도 당연히 크게 차이가 난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는 가정 내 기기에 제어 기능을 부가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지만 일본에서는 계량기 집계치의 원격자동 검침을 위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우선 미국의 전기 사업자는 OpenHAN 규격을 준수하는 형태로 전기 계량기와 가전 제품을 이용하게 된다. OpenHAN에서는 전기 계량기와 전기기기가 서로 정보를 주고 받을 때의 프로토콜 등은 규정하고 있으나 구체적인 전송방식은 규정하지 않고 있다. 복수의 방식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해서 이용 확대를 꾀하고 있기 때문이다.

OpenHAN이 사용하는 전송 규격 중에 다른 통신 기술보다 한발 앞서 나가는 것이 무선규격 '지그비(ZigBee)'이다. 지그비는 개발 초기 단계부터 전기 계량기와 가정 내 에너지 제어시스템에서 활용할 것을 계획하고 소프트웨어 프로파일 사양인 '지그비 스마트 에너지(ZigBee Smart Energy)'를 책정했다. OpenHAN 표준에 구체적인 기술은 없지만 지그비 스마트 에너지 이용을 전제로 한 사용자 시나리오 등이 사양에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PG&E의 한 테크니컬 컨설턴트는 "OpenHAN의 요구 조건을 충족하는 최단기간의 해법은 지그비 스마트 에너지 프로파일에 대응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전기 사업자의 채택을 받기 위한 목적으로 계량기와 트랜시버 IC 제조업체가 지그비의 스마트 에너지 프로파일 제품 인증을 앞 다투어 취득하는 상황이다. 지금까지 계량기 제조업체인 미국의 아이트론(Itron)과 지그비용 반도체 업체인 미국의 앰버(Ember), 그리고 모듈과 개발 소프트웨어를 취급하는 와이어리스 글루 네트워크(Wireless Glue Networks)등 수십 개 업체가 지그비 얼라이언스의 인증을 획득했다(그림 5).

지그비의 스마트 에너지 프로파일에는 (1) 계량기의 원격 검침, (2) 기기의 에너지 수요 제어, (3) 전기요금의 실시간 정산 및 표시기능, (4) 텍스트 메시지 송수신, (5) 데이터의 암호화와 기기 인증 등의 보안기능 등이 기술되어 있다.

지그비 칩 개발업체의 한 엔지니어는 "지그비에는 전기 계량기를 이용하여 공조 팬을 온/오프하는 등의 프로토콜이 세세하게 이미 기재되어 있기 때문에 전기 사업자들이 이용하기 쉽다는 점이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최대 약 6만5천 대의 기기를 네트워크에 접속시킬 수 있다는 점도 높이 평가된다. 지그비는 디지털 가전시장에서는 채택되는 데 고전을 겪고 있지만 가정 내 설비계통 기기 쪽에서는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평이다.

지그비에도 해결해야 할 과제는 있다. 바로 대기 시의 전류소비 문제이다. 가정 내에서 이용하는 배터리 기반의 보안 기기 등에 도입하기에는 대기 상태에서의 소비전류가 너무 많다는 지적이다. 배터리로 가동되는 기기도 몇 년 동안 작동이 가능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지그비용 트랜시버 IC의 대기 시 소비전류는 몇 μA에 지나지 않지만 다른 기기와의 클럭 동기를 확보하는 경우에는 트랜잭션이 자주 발생하여 소비전류가 커지는 문제가 지적된다. 스마트 미터 분야에서 지그비 이용이 확산될 지 여부는 이러한 문제를 얼마만큼 해결하는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일본의 전기 사업자들은 전기 계량기에 무선 접속기능을 부가하여 원격으로 검침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간사이 전력의 움직임은 주목할 만 하다.

멀티 호핑 전송

간사이 전력의 '신계량 시스템'은 각 가정의 전기사용량을 30분 단위로 계측하여 순차적으로 무선통신과 전력선 통신을 사용하여 간사이 전력의 서버에 데이터를 전송한다(그림 6). 이를 사용하여 사용자의 전기사용 상황에 관한 프로파일을 작성하여 보다 싼 전력요금 계획 등을 제안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요일과 시간대별로 얼마나 전기를 사용하고 있는지를 사용자 개개인이 인터넷에서 확인할 수 있게 하는 서비스 도입도 검토 중이다. 가전기기별로 전기사용량을 계량하여 제시할 수도 있다. 이 시스템을 사용하면 계량기의 검침업무를 대폭적으로 효율화할 수 있기 때문에 전기 사업자의 고정비 감축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간사이 전력의 시스템은 두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전기 계량기 데이터를 복수의 계량기를 줄줄이 이어서 송전하는 '멀티 호핑(Multi Hopping)형 네트워크'를 채택한 것과 전기 계량기에 '유닛'의 개념을 도입한 것이다.

멀티 호핑형 네트워크는 전송거리가 수십 미터에서 수백 미터 등의 짧은 무선 통신기를 여러 개 배치한 후 각각의 포인트들을 하나씩 이어가는 방식으로 장거리 전송을 가능케 하는 기술이다. 휴대폰 망과 같이 기지국 등의 인프라 설비를 구축하지 않고도 무선데이터 통신이 가능하기 때문에 사업자의 설비투자 부담이 줄어든다는 이점이 있다.

전기 계량기의 자동 검침에 관한 통신비는 모두 전기 사업자가 부담하기 때문에 이러한 저가형 네트워크 이용이 유리하다. 간사이 전력은 지금으로서는 어떤 무선 전송기술을 사용하여 멀티 호핑 통신형 네트워크를 구축할 것인가는 밝히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특정 소출력 무선' 방식 채택을 유력하게 보고 있다.

특정 소출력 무선은 400MHz 대역 부근을 이용하는 무선 기술로, 2.4GHz 대역 등을 이용하는 무선 LAN 등에 비해 전파가 잘 전송되는 특징이 있다. 이용대역 폭이 불과 8kHz 정도로 작기 때문에 최대 데이터 전송 속도가 19.2kbps 정도에 불과하지만 전기 계량기의 집계치를 전송하는 용도라면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특정 소출력 무선은 이미 LP가스와 도시가스의 원격 검침 등에서 이용되고 있으며 일본 내에 실적도 있다(그림 7). 일본에서는 파나소닉과 도시바, 나가노 일본무선 등이 관련제품을 취급하고 있다(아래 '수도계량기에도 무선화의 물결이' 참조).

이와 함께, 유닛 개념이란 전기 계량기의 구성요소를 '계량 유닛', '개폐 유닛', '통신 유닛'의 세 가지로 나누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하면 예컨대 새로운 통신기술이 등장하면 통신 유닛만 교체하고 나머지 유닛들은 계속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앞으로는 간사이 전력뿐만 아니라 다른 전기 사업자 등에게도 유닛형 채택이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요모기타 히로키(Yomogita Hirok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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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계량기도 무선화 추진

전기 계량기와 가스 계량기뿐 아니라 수도 계량기에도 무선 통신기능을 접목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일본의 도쿄 수도국은 2008년 내에 특정 소출력 무선을 활용한 ‘무선 휴대 단말기 검침’의 실증실험을 개시한다. 수도 계량기에 무선의 하부 기기를 설치하여 검침원이 가지고 있는 무선 휴대 단말기(상부 기기)와 특정 소출력 무선을 사용하여 접속한다. 이를 사용하면 검침원이 수도 계량기를 직접 보지 않고도 수 미터에서 수 십 미터 떨어진 거리에서 계량기 숫자를 검침할 수 있게 된다.

도입 목적은 난검침 해소이다. 수도 계량기는 가정 내, 주차장 구석 등 집 밖에서는 직접 확인할 수 없는 곳이 많다. 가령 계량기가 집 안에 설치돼 있는 경우, 집 소유자가 집을 비운 경우에는 검침원이 몇 번이나 다시 방문해야 하는 등 효율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검침원이 집 근방까지만 가면 무선으로 데이터를 읽을 수 있기 때문에 검침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눈이 많이 오는 지역 등에서는 이미 도입이 되었는데, 계량기 위에 눈이 쌓여 검침할 수 없는 난검침 해소에 도움이 되고 있다.

도쿄 수도국이 밝힌 설치 요건을 살펴보면 무선 전송에 오류 검출 기능이 갖추어져 있었으며 1건당 검침 시간이 20초 이내라는 점, 무선 상부 기기에 일괄 검침기능을 담을 수 있다는 점 등이 명기되어 있다. 이미 수도 계량기 개발업체로부터 실증실험에 참가하겠다는 제안이 접수돼 있는 상태라고 한다. 다만, 수도 계량기에 무선기능을 탑재하는 것을 어느 정도 규모까지 확대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아직 미정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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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www.neakorea.co.kr/article_view.asp?seno=54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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